조선 시대 중기, 충재(冲齋) 권벌(權橃)은 커다란 바위 위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를 지었다. 정자의 이름은 청암정(靑巖亭). 이 정자의 놀라운 점은 평평한 바닥이 아닌 울퉁불퉁한 거북이 모양의 바위 위에 기초 작업 없이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다. 바위를 깎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형태 위에 얹혀있는 청암정의 모습, 다른 건물들과는 확실히 다른 멋을 가지고 있다. 금방이라도 거북바위가 눈을 뜨고 바다로 나아갈 것만 같은 경북 봉화군의 청암정을 트래블피플에게 소개한다.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결정체, 권벌
충재 권벌은 요즘 말로 엄친아였다. 경북 봉화군의 권 씨 집성촌인 닭실마을에서 태어난 권벌은 29세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오른 데다 평소 강직하기로 유명했다. 수많은 관직을 거치며 왕에게 경전을 강론하기도 하였을 정도로 학식을 인정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광조가 속해있는 사림파와 훈구파 사이를 중재하는데 힘썼던 권벌은 1519년,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파직을 당하게 된다. 이후 다시 복직되기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권벌은 그동안 고향 집에 독서당인 충재와 8칸의 정자로 이루어진 청암정을 지었다.
등껍질이 뜨거워 소리친 거북바위
청암정이 있는 닭실마을은 이중환의 저서 택리지에서 4대 길지(吉地)라 평가될 정도로 명당에 속하는 곳이다. 또한, 근처에 태백산맥이 있어 상당히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청암정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청암정의 특별함은 건물 아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암정 밑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청암정은 이 거북바위와 관련된 전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청암정을 지으면서 추위에 대한 방편으로 8개의 방 중 2개의 방을 온돌방으로 하였는데, 이 방에다 불을 지피면 마치 거북이 등껍질에 불을 지피는 격이 되었다. 그래서 거북바위가 살아있는 거북이처럼 '뜨거워 죽는다!'하며 자꾸 우는소리를 내어 난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실제 거북바위는 바위를 감싼 채로 흐르는 연못인 척촉천(擲蠋泉)에 있어 실제 거북이가 엎드려있는 것 같은 광경을 보여주니, 전설의 신비함을 더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 고요한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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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정은 태백산맥 근처에 위치하여 주위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청암정의 풍경이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청암정이 위치한 권 씨 종가의 내부 조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청암정 주위에는 향나무와 느티나무, 단풍나무와 함께 철쭉과 개나리꽃 등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해 있다. 향나무 특유의 향기, 봄과 여름을 장식하는 철쭉과 개나리,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잎들을 떨구는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위로 하얀 눈들이 잎처럼 쌓이는 청암정은 사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청암정의 풍경을 완성한다. 청암정은 <바람의 화원>과 <동이>, <정도전>과 <육룡이 나르샤> 등 수많은 드라마의 대표 촬영지이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 기획자들이 청암정에서의 예쁜 장면을 위해 서로 예약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청암정에서 권벌은 수많은 유명 학자들과 학문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실제 이곳에는 권벌의 친필글씨 이외에도 퇴계 이황, 번암 채제공 등 조선의 수많은 유명 학자들의 글씨가 담긴 현판이 걸려있다. 현재 청암정 근처에는 충재박물관이 있어 권 씨 일가와 관련된 480여 점 이상의 국가지정 문화재들도 볼 수 있다. 유물 하나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어 관람하는 내내 많은 재미를 줄 것이다.
기묘사화부터 을사사화까지 역사 속 커다란 사건들을 모두 겪었던 권벌에게 청암정이라는 공간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심신에 평안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었을 것. 트래블피플에게도 정치의 소용돌이 속 죽음을 무릅쓰고 문정왕후와 중종에게 직언하였던 권벌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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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2월 2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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