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공’,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지만 막상 그렇게 만들어진 ‘백운동별서정원’을 보면 그들의 조합이 얼마나 운치 있는 경관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자연 속에 만들어진 정원인 백운동별서정원.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세상의 이목을 피할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이 정원은 현대인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호남의 아름다운 정원 ‘백운동별서정원’
호남에는 유명한 3대 정원이 있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 그리고 바로 이곳. 백운동별서정원이다. 세상의 번거로움을 피해 자연 속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조선의 선비들의 은거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인 이곳은 전라남도 강진군 백운동에 위치해 있다.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마을에 자리한 백운동별서정원은 특히, 다산 정약용이 잊지 못한 정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많은 문사의 마음을 빼앗은 아름다운 곳이자 많은 시문이 탄생한 곳이니 지금부터 이곳의 매력을 차근히 알아보자.
다산이 잊지 못한 절경, 백운동별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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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9월 어느 날, 다산 정약용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한다. 그리고 백운동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산초당으로 돌아오는데, 백운동의 아름다운 경관을 잊을 수 없었던 다산은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 동도를 그리게 하고 자신은 시를 적어 그림과 함께 묶는다. 이것은 곧, 백운동 별서정원의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백운동과 백운첩 12경에 얽힌 이야기이다. 과연 다산이 쉽사리 잊지 못한 백운동별서정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백운동과 백운첩 12경을 지나 들어가다 보면 그리 깊지 않은 곳에 나무와 풀로 오묘히 가려진 별서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그 문을 넘어들어가면 아늑한 느낌의 정원, 바로 백운동 별서정원이 있다. 꾸밈없는 모양의 ‘취미선방’, 그리고 바로 주변에 보이는 작은 물길과 연못.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운치 있지 않은가? 이곳의 물길은 ‘유상곡수’라고 불리는데 잔을 띄워 보내는 물길이라 한다. 물길에 술잔을 띄우고 그 술잔이 자신의 앞으로 떠내려올 때까지 시를 읊는 선비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면 그 멋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문을 넘어 언덕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정자가 있으니 바로 ‘정선대’이다. 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봉이 보이는 정자라는 이곳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우리가 찾았던 비 오는 날의 백운동별서정원에는 비록, 홍매나 동백꽃은 없었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어 긴 여운을 남긴다.
시문이 피어난 곳, 감동을 새기다
조선 시대 수많은 문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 백운동별서정원. 신명규, 남구만, 임영 등 많은 문사가 이곳에서 수많은 시문을 남겼다고 한다. 직접 찾아본 백운동별서정원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눈을 감고 숨만 쉬어도 멋진 시상이 바람에 실려 와 온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다.
비 내리는 날의 백운동 별서정원은 한층 깊어진 운치로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꾸밈없는 작은 방에 앉아, 비 오는 소리와 작은 물길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일상에 힘이 든다면 백운동별서정원에서 잠시 앉아 여유와 멋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 앉아 자연히 떠오르는 감상을 나지막이 읊다 보면 저도 모르게 멋진 시문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당신! 다산이 반한 경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정원, 백운동별서정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7월 0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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