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의 음식이 만들어진 공간

태조 이성계는 한양천도와 동시에 경복궁을 만들어 조선의 정궁으로 사용했다. 이때 왕의 수라와 잔치음식 등 음식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던 곳이 소주방이다. 소주방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수라간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된 배경으로도 유명한 수라간은 소주방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역할을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문헌에서는 소주방의 역할은 ‘음식을 조리하는 기능’, 수라간의 역할은 ‘음식을 차리는 기능’으로 나누었다. 사실 두 공간의 역할은 경계가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경복궁에 남아있는 요리원의 이름은 수라간이 아닌 소주방이다.
 
경복궁의 소주방은 경복궁의 창건과 함께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 그리고 약 2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고종 재위 시절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소주방도 다시 세워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 만날 수 있는 소주방의 모습은 이때 세워진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고종 시절에 복원된 소주방은 다시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일제가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행사인 조선물산공진회를 준비하며 경복궁의 여러 건물을 철거했는데 이때 경복궁의 소주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경복궁 소주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11년, 문화재청에서는 경복궁 2차 복원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데 그것이 바로 소주방 복원공사다. 문화재청은 복원을 위해 소주방지 발굴조사를 비롯하여 조선왕조실록, 조선고적도보, 왕궁사 등 고문헌의 고증을 진행했다. 그리하여 2015년 1월에 소주방 건물 17동이 복원되었고 그해 5월부터 일반인에게도 공개했다.

 

소주방과 장고를 즐기다

경복궁 소주방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자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여 관광객들의 소주방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이번 2016년에는 궁중음식 시연 및 특강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5월 14일~15일, 5월 21일~22일, 5월 28일~29일 동안 진행된다.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한 50인에 한해서 궁중음식특강을 들을 수 있고, 궁중에서 만들었던 후식 및 간식과 같은 병과를 체험할 수도 있다. 왕이 먹었던 음식을 직접 경험해보는 행사라니! 굉장히 신선한 요리 체험 프로그램 아닌가. 물론 이 행사도 예약 전쟁이 치열하니 미리 신청해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식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재료가 바로 장이다. 각종 고추장과 된장, 막장, 청국장 등 다양한 종류의 장은 한국 음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궁중에서도 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보관소를 만들어둘 정도였다. 경복궁의 장과 독을 관리하던 장소가 장고다. 장고는 2005년 복원을 완료했으며, 2011년부터 관람객들에게 개방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장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년 궁중 장 담그기 행사와 전통옹기 제작시연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관을 원하는 사람은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