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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정 뜨락에 불꽃이 내리네, 함안 낙화놀이


경상남도 함안군의 가야읍. 이곳에는 ‘무진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자가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8호이기도 한 이 정자는 연못가에 위치해 있어 정취를 즐기고픈 이들이 즐겨 찾는 곳. 무진정이라는 곳 자체는 소박하기 그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으나, 물을 뜨락 삼아 즐기는 풍류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사랑해 온 것이었다. 

                    
                

버들이 내릴까, 불꽃이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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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승지인 무진정 일원은 함안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무진정은 오래 전부터 함안이라는 고장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꼽혔던 곳이다. 왕버드나무와 느티나무가 앞 다투어 어우러진 무진정의 풍경은 이미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입소문을 탔던 것. 연못 중앙의 영송루로 이어진 구름다리까지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풍류를 즐기는 선비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초여름, 무진정 드리운 버드나무의 가지와 함안 낙화놀이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꼭 닮아 있으니, 버들가지와 불꽃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한 눈에 담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버들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불꽃이 내리고 있는지를 분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이 무진정에서 벌어지는 낙화놀이니 말이다. 

함안 낙화놀이는 함안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매년 음력 4월 8일(초파일)을 전후하여 열리던 행사. 관광을 위해 기획된 축제가 아니라 문화 속에서 자연 발생한 것에 가까운 축제라는 점이 이 함안 낙화놀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 함안 낙화놀이는 일제 강점기 때에 중단되었다가 1985년에 이르러 복원된 행사이기도 하니, 고장의 전통을 지켜 나가고자 하는 함안 사람들의 마음도 불꽃 속에서 함께 일렁일 것.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매달아 물 위로 내리는 불꽃의 풍경을 즐기는 일이 어찌 멋지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진정 앞의 연못 위로 쏟아지는 불꽃의 향연을 즐기고 있노라면 이 낙화놀이라는 것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꽤나 로맨티스트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될 것.

 

함안 낙화놀이, 그 꿈결 같은 광경

이제 본격적으로 낙화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함안 낙화놀이는 어둠이 내린 뒤에 이루어지는 행사이기는 하나, 웬만하면 낮부터 무진정을 찾아가 보자. 버드나무와 연못이 어우러진 무진정의 정취 또한 충분히 즐겨볼 만한 것이며, 이 함안 낙화놀이의 불꽃을 점화하는 순간 또한 함안 낙화놀이의 주된 볼거리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낙화가 어우러진 무진정 일원의 풍경은 한 번 보면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연못 위로 뗏목이 떠오른다. 이 뗏목 위에 횃불을 들고 선 사람들이 불꽃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함안 낙화놀이는 본래 액운을 태워 없애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기원제’의 형태를 띠는 것이니, 점화하는 손길 하나하나가 바지런하여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될 지도 모른다. 

점화가 끝나면 수천 개의 불꽃이 무진정 앞 연못 위로 내린다. 낙화놀이가 진행되는 시간은 두 시간 정도. 연못 위를 스치는 바람에 따라 버드나무 가지도, 떨어지는 불꽃도 잔잔히 일렁이니 한 순간도 눈을 떼기가 어렵다. 팁을 하나 전하자면 무진정 위가 바로 이 함안 낙화놀이의 명당 중 명당이라는 것. 해가 질 무렵에 낙화놀이의 현장을 찾았다면 무진정 위에 오르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 될 테니, 명당자리에서 낙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발걸음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꽃이 아니기에 낙화놀이의 불꽃이 더욱 특별한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는 많고 많으나, 그 중에서도 함안 낙화놀이는 조용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꽃이 아니라, 아래로 내리는 낙화(落火).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무진정 위에 올라앉았을 옛 선비의 환상과 겹쳐 본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옛 함안 사람들 중 하나가 된 양, 조용히 두 손을 모아 작은 기도 하나라도 올려 본다면 함안에서의 낙화놀이가 더욱 오래도록 기억 속에 선명히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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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불꽃이 연못 위로 내리는 장관! 트래블아이는 평생 잊지 못할 풍경 하나를 함안에서 얻은 것만 같아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6년 05월 2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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