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경북관광기념품대전 특선, 2010년까지 2회 연속 경북공예품대전에서 입선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과 2014년에는 경북공예품대전 은상,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특선을 두 번씩 차지하고 2013년부터는 경북공예품대전 금상과 대한민국공예품대전 후원기관장상을 필두로 한 10여 개의 크고 작은 상을 휩쓴 주인공, 전통매듭공예가 구본옥. [트래블투데이]가 그녀를 직접 만나 매듭과 전통,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비매듭처럼 우아하고 꽃매듭처럼 화사한 전통매듭공예가, 구본옥 작가는 직접 염색한 가방과 직접 놓은 자수가 돋보이는 목걸이를 하고서 [트래블투데이] 앞에 나타났다. 긴장한 순간도 잠시, 매듭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활짝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니 매듭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매 순간 전통공예와 매듭에 대한 애정과 열정 넘치는 말들을 쏟아내 놓았던 그녀의 가장 아름다웠던 말들을 여기 이 자리에 옮겨 적는다.
■ ‘매듭’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매듭은 손의 언어이자 마음의 꽃
어느덧 공예와 함께 살게 된지 30여 년이 다 됐네요. 그 중에서도 매듭과 오랫동안 함께 해 왔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자수를 놓곤 하셨고, 덕분에 학창시절부터 손재주가 좋기로는 제법 소문이 나 있었어요. 결혼식 때에도 제가 직접 만든 노리개 몇 쌍을 예물로 가져갈 정도였지요. 염색을 배워 보기도 하고, 바느질을 하기도 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과는 꽤 인연이 깊었던 모양입니다. 결혼 후 바쁜 삶을 살면서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열망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결혼하기 전 정식으로 매듭을 배워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매듭공예 분야에 느꼈던 매력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끈과 송곳, 답비와 손재주만 있다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매듭공예 아니겠어요? 그래서 다시 매듭공예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잊은 듯 살고 있었지만, 매듭공예의 매력은 이전에 느꼈던 그대로더군요. 한 번 매듭을 짓기 시작하면 제 자신이 밤을 꼬박 지새우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매듭과 사랑에 빠지게 된 셈이지요. 그러다 보니 2009년부터는 각종 공예 관련 공모전에서의 경력도 생기게 되었는데, 매듭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런 좋은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매듭은 손의 언어이자 마음의 꽃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매듭장 김희진 선생님의 말씀을 빌려 매듭에 대한 제 마음을 전합니다.
■ 선생님의 작품에만 담겨 있는 매력은?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
매듭은 생활 속 어디에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다른 전통공예분야들이 일상 속에서 만나기 조금 어려운 편이라지만, 매듭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무언가를 묶기 위한 매듭부터, 공예분야로 승화시킨 매듭까지. 말 그대로 수많은 매듭들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욱이 매듭에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담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기법은 물론 전통 매듭의 기법을 사용하지만, 소재나 색깔을 선택할 때, 그리고 작품의 최종적인 형태를 결정할 때에도 전통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지요. 물론, 매듭이라는 분야로 제 분야를 한정짓지도 않으려 합니다. 민화나 자수, 염색 등⋯⋯. 매듭을 가장 사랑하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들에도 많이 도전해 보았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을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이용하기도 하고 말예요. 매듭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인터넷의 힘을 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 또한 부토니에나 브로치, 클러치, 책갈피, 목걸이 등 실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예요. 가방 속에, 옷깃에. 언제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지요.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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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듭에 얽힌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 들려 달라.
전통공예품은 수공예품 특유의 정성과 애정이 담뿍 담겨 있어
국적을 막론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
외국에도 매듭공예분야가 있지만,
우아하고 단아한 멋이 있는 것은 역시 우리 전통공예품
제 손끝을 지난 작품 중에 추억이 깃들지 않은 작품이 있을까요? 가장 자신 있는 작품,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어냐는 질문을 꽤 자주 받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해요. 저는 정말로 제 작품 모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마치 자식 같아요. 모든 작품들에 제 고민의 시간이 담겨 있고, 노력의 시간이 담겨 있고, 그리고 또 오래 바라본 시간이 담겨 있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면 저만 알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탄생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 단지 매듭에 담긴 빛깔들을 저는 고추장, 간장, 된장, 조청 같은 애칭으로 부르기도 해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부르면 정말 저만의 매듭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매듭에 대한 제 마음이 작품에 담겨져 있어서일까요?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사랑해 주시고 있는데요, 외국인들에게도 제가 만든 매듭들이 사랑받을 때에는 조금 특별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독일이나 말레이시아 쪽 분들에게 제 작품이 닿을 기회가 있었는데, 제 작품을 사랑하시는 것은 물론 우리 전통공예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많이 감탄하시더라고요. 한 지역을 대표하는 아름다움,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으로 내세우기에, 전통공예품은 손색이 없지요.
■ 전통공예분야의 발전에 대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름다움을 나누는 과정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전통공예를 만나고, 그 참 멋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념품으로써의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곳들에서는 값이 싸고, 제작 공정이 아주 간단한 것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요. 물론 그렇게 대량생산되고, 대량으로 판매된 전통공예품들이 대중을 만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공예가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지 않은 것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씁쓸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정성이 듬뿍 들어간 진짜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더 적어져만 갑니다. 정식으로 전통공예를 배우고자 하더라도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데다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전통공예의 다음 맥을 이어 갈 이들이 숱한 것도 아니지요. 전통공예분야라 하면 ‘어려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매듭을 가르치고 있기도 합니다. 매듭의 아름다움, 각 매듭에 붙은 예쁜 이름들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가 사랑받고 있음을 그 자리에서만큼은 마음으로 실감하게 되지요. 저 또한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모시 적삼과 어머니의 자수를 곁에서 보며 전통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었고 말예요. 공산품이 아닌 공예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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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양한 매듭공예품이 탄생한 지역, 안동은 어떤 곳인가?
전통과 더불어 여행하기에 좋은 지역, 안동.
그 매력이 정말로 다양하니 보다 넓은 시선으로 여행해 보길.
안동은 탈이나 소주, 한지, 포, 도자기 등으로 굉장히 유명한 지역이지요. 그러다보니 여러 분야의 공예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때문에 안동에는 시에서 지원하는 공예조합이 설립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지공예관이나 무삼체험관 등에도 시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한지공모전과 같이 전통공예분야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 열리기도 해요. 저도 무삼체험관에서 3년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이를 통해 배운 내용들 또한 제가 작품 활동을 펼치는 데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동이라는 지역은 찾아와 둘러보기에도, 혹은 눌러 앉아 살기에도 꽤나 좋은 지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안동이라 하면 대개 하회마을이나 하회탈만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공예가의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안동을 찾아와 하회마을을 빼 놓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안동 곳곳에 숨어 있는 전통문화를 폭 넓게 바라보셨으면 좋겠어요. 하회탈춤에 어울려 덩실덩실 춤도 춰 보고, 헛제사밥에 곁들여 안동 소주도 마셔 보고, 안동도자기 빛깔에 감탄도 해 보고, 그리고 또 함께 무삼에 물을 들여 본다거나 매듭을 엮어 보는 것. 그런 것들을 모두 해 보아야 안동이라는 지역이 진정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트래블스테이] 온계종택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갓집, 온계종택! 이곳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리의 전통문화와 선비정신이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형인 온계 이해 선생이 살던 종택으로 온계 12대손이였던 이인화의 의병활동 당시 이곳을 의병소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1896년 소실, 2005년 복원된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옛스러운 멋은 덜하지만 온계종택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방문한 이에게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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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1월 3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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