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도자기 문화가 잘 발달해 남아있는 일본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는 것이 ‘사쓰마 도자기’이다. 일본 본토의 최남단 큐슈 가고시마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사쓰마 지방의 도자기는 서양에서 ‘Satsuma ware’라는 고유명사로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런데 사쓰마 지방에서 맨 처음 도자기를 만든 이가 바로 남원의 도공 ‘심당길(沈當吉)’이다.
일본 도예 문화의 뿌리가 된 남원 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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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관도예전시관에서는 정유재란의 도자기전쟁과 남원에 대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정유재란(1597)은 당시 유난히 많은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납치됐기 때문에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심당길 또한 이때 납치됐던 수많은 도공 중 한 명으로 남원성 싸움에서 왜군장수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에게 붙들려가 사쓰마 번에 정착했다. 이후 조선 땅과 전혀 다른 일본의 기후와 토양을 극복하고 조선식 가마를 만들고 도기 생산에 성공하면서 이후 후손들이 대를 이어 찬란한 도예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장인이다. 심당길은 고집스러운 조선의 도공이었다. 가마터가 있는 나에시로가와에 옥산궁(玉山宮)을 지어 단군(檀君)을 모셨고, 매년 8월 15일이 되면 조선 사람들을 모아 조선 땅을 향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근대인 메이지 시대까지 조선말을 쓰고 조선의 복식을 따르고 조선 사람끼리 결혼을 했는데, 이것이 후대 일본 도자기의 명소 ‘심수관’으로 발전하게 된다. 도예를 소중하게 여겼던 사쓰마 번주 시마즈는 심당길 등 도공들을 사무라이(武士)에 버금가게 대우했다고 전해진다. 심당길의 고집은 그의 초기작품에 온전히 나타난다. 현재 전해지는 그의 작품을 ‘히바카리(火ばかり)’라고 부르는데, 바카리란 ‘~만, ~뿐’이란 의미의 조사다. ‘(오직) 불만 (일본 땅의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흙도 유약도 사람도 조선의 것이라는 조선 도공의 자부심과 회한이 서려 있는 이름이다.
심씨 가문의 걸작이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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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관도예전시관에서는 심씨 가문이 만든 도예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남원 춘향테마파크 안에 있는 ‘심수관도예전시관’에는 그의 족적을 비롯해 심(沈)씨 가문이 일본 도예사에 미친 영향과 걸작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남원성 전투를 시작으로 조선 도공들이 납치당한 다음 겪게 되는 고초와 그 와중에도 꺾이지 않는 예술가의 기개 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끌려간 조선도공들에 의해 형성된 큐슈 지역의 6대 도자기인 가라쯔, 고다, 다카도리, 아리따, 하기 그리고 사쓰마의 작품들을 6각 형태로 배치해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재밌다. 그런데 전시관을 관람하다 보면 문득 궁금증이 든다. 어째서 1대 당주인 심당길이 아닌 12대 당주인 심수관의 이름을 따 도예전시관을 만들게 된 것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심수관이 당주가 되기 전인 12대까지는 몇 개의 이름이 돌면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1대와 5대는 심당길이라는 이름을, 2대와 7대는 심당수라는 이름을 썼다. 그러다 '심수관'이라는 이름으로 굳혀지게 된 것은, 이 심수관이라는 당주가 매우 뛰어난 역량을 지닌 도공이었기 때문이다. 심수관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1873년 오스트리아 빈 만국박람회에서 ‘긴란데 대화병’이 호평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유럽과 미국, 러시아 등에 ‘사쓰마 웨어’라는 브랜드로 수출되면서 일본 도자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같은 명성을 얻게 되면서 다음 당주들은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아 계승하고 있다.
한편, 사쓰마 도자기로 얽힌 인연 덕분인지 전라북도 남원시와 가고시마현 히오키시는 자매결연을 하고 활발하게 문화교류에 나서고 있다. 심수관 당주는 재일본 대한민국 명예총영사이자 남원 명예시민으로 임명됐는데, 한국과 일본 양국을 핏줄로 전통으로 그리고 손 마디마디 남아 흐르는 도공의 장인정신으로 이어주고 있다.
일본 도예 문화의 뿌리가 된 도공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조선 도예의 고향인 남원시에서 옛 도공의 예술혼을 만나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5월 1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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