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사, 그리고 태안사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에 위치한 태안사는 통일신라 시대인 742년에 하허삼위신승이라는 세 명의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다.
 
태안사가 가장 중흥했던 시기는 창건되고 약 100년 후에 적인선사 혜철과 광자대사 윤다가 이 절에 머무를 때였다. 적인선사 혜철은 847년 태안사에 머무르며 법회를 열었고 불교 종파의 한 종류인 동리산파를 열었다. 이후 그의 제자인 광자대사 윤다는 고려 태조의 숭불정책에 힘입어 태안사를 중창하고 동리산파를 발전시켰다. 지금 많은 사람에게 유명한 송광사나 화엄사도 한때 태안사의 영향권 안에 있던 말사였을 정도로 사찰의 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조선 초기에 진행되었던 억불정책에 의해 많은 사찰이 쇠락의 길을 걸었고 태안사도 이를 거스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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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통일신라 시대 말에서 고려 시대까지 대형 사찰로 유명했던 태안사의 원래 이름은 대안사다. 조선 숙종시절까지 대안사라고 불리다 그 이후에는 태안사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는 태안사를 중흥시켰던 혜철의 부도비에 적힌 이야기 때문이다. 부도비에는 태안사를 ‘세속의 무리들이 머물기에 고요하고, 해로운 곤충과 뱀이 없으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듯하여 심성을 닦고 기르는데 마땅한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大)’와 ‘태(泰)’는 서로 뜻이 통하는 글자니 태안사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한다.
 

태안사라는 이름으로 바뀐 이유인 적인선사 혜철의 부도와 부도비는 대웅전 건물 뒤에 있다. 태안사와 동리산파의 시작이었던 적인선사 혜철의 공을 말해주듯이 혜철의 부도와 비석은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있다. 이 부도는 보물 제273호로 지정되었으며 적인선사조륜청정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긴 이름이지만 혜철스님의 시호가 적인선사이고 부도가 세워질 때 왕에게 하사받은 이름이 조륜청정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태안사에는 적인선사의 제자인 광자대사의 부도와 부도비를 비롯하여 이름 없는 부도들이 밭을 이루고 있다.

 

태안사에 남은 한국전쟁의 상처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한국전쟁은 우리나라 곳곳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태안사도 이러한 상처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전쟁 당시, 태안사는 한국 경찰의 전투 본부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북한군이 기습하여 경찰 48명이 전사했다. 이때 북한군은 붙잡은 사람들을 태안사 법당에 가두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이러한 북한군의 만행으로 태안사는 일주문과 능파각을 제외한 대다수 건물이 전소되었다. 이후 이곳에서는 밤이면 원혼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고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던 1985년, 동리산파를 일으키기 위해 방문한 청화스님과 많은 불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흉흉한 소문은 사라지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전쟁의 아픔과 눈물이 서려 있는 곳이지만 지금의 태안사는 그러한 흔적은 찾아볼 새 없이 너무나도 의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혹 이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사찰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곳에 서려 있는 아픔도 외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