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풍류를 잘 나타내주는 음악이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판소리의 양대 산맥으로 통한다. 이 중 동편제를 창시한 명창 송홍록 선생이 남원 태생이다. 그가 득음을 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소리꾼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남원시 주천면 호경마을과 고기마을 사이를 흐르는 구룡계곡이 바로 그곳이다. 특히 구룡계곡의 백미라 불리는 구룡폭포에서 수많은 명창들이 소리를 공부하고 득음을 했다고 전해진다.
구룡계곡을 오르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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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계곡 초입에 위치한 춘향의 묘(좌)와 육모정(우). 계곡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구룡계곡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탐방지원센터 자리 잡고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는 ‘춘향전’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성춘향의 무덤과 과거 향약계원들이 모임을 가졌다고 전해지는 육모정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용호서원 등도 있어 산 중에 자리한 계곡치고는 볼거리가 풍성한 편이다. 구룡계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구룡폭포로 향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분포한 명소들을 둘러보며 저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구룡계곡은 문자 그대로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던 계곡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덕치리까지 약 3km 구간을 굽이굽이 흐른다. 계곡의 가장 끝자락에는 많은 소리꾼들이 득음을 했다고 전해지는 구룡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정상까지 오른다. 예전에는 이 비경을 보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지리산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스카이웨이를 통해 한층 편리하게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구룡계곡을 거슬러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구룡계곡 전경. 밑바닥이 모두 보일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구룡계곡은 용호구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두 아홉 개의 구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1곡은 주천면의 국립공원 매표소 인근에 자리한 송력동폭포다. 이곳은 약수터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제2곡은 매표소를 지나 자리 잡은 못이다. 이 못은 용호석문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절벽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글귀는 이삼만이 썼다고 전해진다. 제3곡은 조대암 밑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소다. 육모정에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학들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하여 학서암이라고도 불린다. 제4곡은 바위가 구시처럼 물살에 패어 있는 서암이다. 이곳은 ‘구시소’라는 명칭으로 더 자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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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중간에 설치된 나무다리(좌)와 다리 위에서 바라본 계곡의 모습(우).제5곡은 유선대다. 구시소에서 약 1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45도쯤 되는 제법 가파른 경사로 이뤄져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유선대에 금이 많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예부터 신선들이 이곳에서 바둑을 즐겨 두었다고 한다. 제6곡은 뾰족한 봉우리가 계곡물을 내지르는 듯한 지주대다. 유선대에서 약 500m쯤 떨어져 있다. 지주대에서 다시 얼마간 오르면 90도로 깎아지른 암석층을 만난다. 이 암석층이 속한 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비폭동이라 하는데, 이곳이 바로 제7곡이다. 제8곡은 물 가운데 우뚝 바위가 솟아 있는 형태로, 바위 가운데가 뚫려 있어 그 사이를 물이 흐른다 하여 석문추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제9곡은 구룡계곡의 백미라 불리는 구룡폭포다. 이곳에서는 아홉 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수많은 소리꾼들이 득음을 했던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무더운 여름, 특별한 피서지를 찾고 있다면 남원의 구룡계곡을 찾아보세요. 운이 좋으면 물놀이와 함께 소리꾼들의 판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김혜진 취재기자
발행2020년 03월 1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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