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고고함을 오롯이 품은 백불고택,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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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고고함을 오롯이 품은 백불고택


여행은 목적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특히 고택으로의 여행은 더 그렇다. 오로지 ‘휴식’이라는 단어 하나에 목적을 둔 여행이나 느긋함과 여유있게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그 또한 고택으로의 여행이 제격이다. 흔히 고택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는 카메라 렌즈 안에 들어차는 ‘거리감’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 '거리', 이곳에 살던 이와 현재 이곳을 찾은 사람의 ‘거리’, 바쁜 삶속의 사람들이 유일하게 늦장을 부릴 수 있다는 심리적 상황의 ‘거리’ 등등.

                    
                

백불고택, 아는만큼 즐겁다 

  • 대구 동구 옻골마을에 위치한 백불고택

대구 동구 옻골마을에 위치한 백불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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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씨 종가인 백불고택 입구(좌)와 시원하게 쓰인 현판(우)의 모습.

수령이 300년은 족히 넘는 우람한 회화나무들이 양반의 웃음처럼 호탕한 웃음을 짓고 여전히 윤기가 흐르는 청기와의 기품이 촌을 이뤄 더욱 멋들어지는 옻골마을은 경주 최씨 집성촌으로 그 이름은 마을을 둘러싼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붙여졌다. 서양의 한 고고한 정원을 옮겨놓은 듯한 비보숲에 들어서면 한 폭의 수채화가 두 눈에 담긴다. 눈앞에 마주한 풍경은 어쩐지 멀게만 느껴진다.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지 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지 자꾸 멀뚱히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조선 중기 대군의 스승이었던 최동집이 1616년(광해군 8년) 이곳에 정착한 뒤 40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한옥마을, 옻골마을의 20여 채에 사는 주민 40여 명 모두 경주 최씨 광정공파 후손이다. 옻골마을은 뒤에 팔공산을 두고 앞에 금호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마을 북쪽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 중심에 눈에 띄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생구암’ 또는 ‘거북바위’라고 부른다. 백불고택으로 들어가는 안길과 대문으로 통하는 막다른 골목인 샛길의 돌담길은 2~3㎞에 이른다. 담장 너머에는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 전통미와 여유로움을 전해준다.

 

대구소재 조선시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백불고택 

  • 양반의 기개를 보여주듯 위풍당당한 모습을 한 백불고택

양반의 기개를 보여주듯 위풍당당한 모습을 한 백불고택

현재 백불고택의 사랑채는 2개의 건물을 붙여 만든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1칸 반의 사랑채는 큰사랑, 중사랑, 마루로 이어졌고 서쪽에 인접한 3칸의 행랑채를 툇마루로 연결했다. 큰사랑은 흥선대원군이 1871년에 내린 서원 철폐령에 따라 헐어낸 동천서원에서 나온 재목을 사용해 중건한 것으로 맞배지붕이다. 백불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보본당(報本堂), 대묘(大廟), 별묘(別廟), 행랑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백불고택은 대구에 있는 조선 시대 주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ㄷ’자형의 안채와 ‘ㅡ’자형 사랑채로 이뤄져 있는데, 지붕은 모두 책을 펴서 엎어놓은 형태인 팔(八)자형 지붕인 박공지붕(일명 뱃지붕 또는 맞배지붕)이다. 안채와 사랑채, 재실, 가묘, 별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묘와 별묘, 보본당으로 이어지는 조상과 관련된 공간은 양의 상징적인 의미인 동쪽에 배치하고, 생활공간인 안채와 사랑채는 음의 상징인 서쪽에 배치되어 있다. 사랑방 위아래 칸 사이에 ‘장지문(障紙門)’, 뒤쪽에 반 칸 크기의 ‘벽장’을 달았다. 또 위쪽 북벽에 안채의 안마당으로 드나들 수 있는 ‘쪽문’이 있다. 장지문은 연이어 있는 방 또는 방과 마루 사이에 있는 미세기문이다. 이런 문을 다는 이유는 큰방을 다양하게 쓰기 위해 편의에 따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큰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두 공간을 다시 터서 사용 가능하게 만들고, 평소에는 시각적인 차단에 사용하는 것이다. 

백불고택에서 장지문은 신분 상하를 나누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인과 동등한 신분은 장지 문턱을 넘어 아래 칸으로 내려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위 칸에 앉아서 주인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사랑채 중심을 가르는 디딤돌 크기가 저마다 다른 것이 특징이다. 백불고택의 안채는 그 규모가 상당하며 모체 지붕이 솟아올라 웅장한 느낌마저 준다. 안채 서쪽에는 정지방(찬방)·큰방·정지·안대문을, 동쪽에는 상방(며느리방)·고방·작은방·여막방·중문을 만들었다. 여막방은 상을 당했을 때 사용하고 평소에는 제기, 제수를 보관했던 곳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숨겨진 백불고택

  • 가옥 담벽에 앞자락에 아담하게 꾸며진 고택 정원

백불고택은 보본당과 가묘, 별묘로 이어진다. 사진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보본당.

백불고택은 산 사람들의 생활 영역과 조상들을 모시는 영역으로 구분된다. 조상들을 모시는 공간은 다시 ‘가묘’와 ‘별묘’ 영역으로 나뉜다. 세 영역은 담과 대문으로 구분된다. 산 사람들의 생활 영역이 조상을 모시는 공간의 절반이 안 되는 것을 볼 때 조상 숭배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뒤에 있는 건물이 앞 건물보다 위계가 높다는 것을 보면 생활 영역인 안채보다 가묘, 가묘보다는 별묘의 위계가 더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묘에는 백불암의 국가공신 혹은 덕망이 높은 자를 나라에서 정해 제사를 지냈다. 가묘는 기둥머리와 보 사이에 익공을 하나씩 끼워 넣은 초익공집으로 높은 위계를 말해준다. 입향조를 모신 별묘는 1742년에 지었다. 이 건물은 가묘보다 위계가 한 단계 높다. 별묘 앞 벽 출입문 위에 태극문양을 새긴 화반(수평부재를 받치는 넓적한 부재)이 있는데 이 또한 건물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백불고택의 아름다움 중 하나로 토담을 빼놓을 수 없다. 흙과 돌로 쌓아올린 토담은 집과 집 사이의 ‘거리’와 길과 집의 ‘거리’를 만들어 준다. 양반과 상민의 거리가 집의 구조와 크기를 대신한다면 토담은 낮게나마 건물의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백불고택으로의 여행계획이 있다면 현재 자신과 어떠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지 카메라의 렌즈는 물론 두 눈과 마음에 담아 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 관광지

갓바위
갓바위는 전체 높이 4m인 좌불로, 정식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머리 위에 두께 15cm 정도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갓바위라 불리우며, 둥근 얼굴에 굳게 다문 입, 당당하고 건장한 몸체에는 위엄과 자비가 깃들어져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걸작으로,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안심습지
바람이 불면 강변의 갈대밭에서 비파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금호강 옆의 작은 늪이다. 습지는 물을 담고 있는 땅이란 뜻으로 물이 흐르다 고이는 오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키우고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생태계의 보고다.

동화사
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하였으며, 당시의 이름은 유가사였다. 그 후 심지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 꽃이 상서롭게 피어 있어 동화사라 고쳐 불렀다. 동화사는 비로암, 부도암, 내원암, 양진암, 염불암, 약수암 등 6개의 암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보물 6점, 대구광역시 지정문화재 7점을 보유하고 있다.
 

백불고택으로 가는 길.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담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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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불고택으로 가는 길. 돌과 흙으로 만들어진 담이 인상깊다.
  • 백불고택 입구에는 경주 최씨 종가를 알리는 표지석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백불고택 앞에 소담히 자리 잡은 정원.
  • 측면에서 바라본 백불고택의 모습.
  • 보본당에서는 아이들의 한복입기 체험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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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여행을 통해 느긋함과 여유의 시간을 누려보시면 어떨까요. 대구 백불고택은 그런 여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트래블투데이 이도훈 취재기자

발행2018년 06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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