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창릉] 짧은 재위기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남긴 예종,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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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창릉] 짧은 재위기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남긴 예종


세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해양대군 예종(睿宗, 1450~1469년)은 형인 맏아들 의경세자가 요절하자 1457년 왕세자에 책봉된다. 형인 의경세자는 20세에 요절하였지만, 그에겐 월산대군과 잘산군(성종)이 있었다. ‘적장자승계원칙’ 대로라면 세조 다음이 왕위는 월산대군이 물려받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당시 월산대군(1454~1488년)의 나이는 4살에 불과해 너무 어렸고, 조카의 왕위를 빼앗아 옥좌에 앉은 세조에게 ‘적장자승계원칙’은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세조의 마음속에는 나이 어린 손자가 세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신이 일으킨 계유정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불안함 또한 분명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조의 바람을 잇지 못한 예종 

  • 양 옆으로 소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가면 예종의 창릉을 만날 수 있다.

양옆으로 소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가면 예종의 창릉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 세조처럼 조카(월산대군)를 제치고 세자에 책봉된 해양대군 예종은 약 10년간 착실히 왕위에 오르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1468년 9월 세조가 파란만장한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나자 예종이 즉위한다. 세조는 죽기 전 ‘원상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떠났는데, 이는 어린 왕이 국정운영에 미숙한 점을 염려하여 세조 자신이 지목한 3명의 중신을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하여 어린 임금을 보필하도록 만든 것이다. 당연, 세조가 지목한 3명의 중신은 한명회, 신숙주, 구치관이었다. 그중 한명회의 딸 장순왕후는 그의 원비였고, 계비인 안순왕후 역시 한명회와 인척관계인 한백륜의 딸이었다. ‘원상제도’와 예종 대에 등장한 것이 바로 ‘수렴청정(垂簾聽政)’이다. 예종은 즉위 당시 19세로 아직 성년이 아니었으므로, 어머니 정희왕후의 조선 역사상 첫 수렴청정이 시작되었다.
 

  • 언덕 위에 자리잡은 창릉에는 후대에 많은 이야기를 남긴 예종이 잠들어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창릉에는 후대에 많은 이야기를 남긴 예종이 잠들어있다.

원상제와 수렴청정으로 모든 국정운영을 스스로 할 수 없었던 예종. 비록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법치주의에 입각한 강력한 왕권을 만들고자 했다. 대표적 사건이 바로 ‘남이의 옥사’이다. 남이는 1457년 세조 때 무과에 장원급제한 인물로, 오랑캐를 토벌하며 공을 세워 27세에 공조판서를 거쳐 병조판서의 자리까지 올라 세조의 총애를 받았었다. 세조가 승하하자 한명회와 신숙주 등은 남이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남이의 명성을 시기하던 유자광이 궁궐에 숙직하던 중 혜성이 나타나자 남이가 “혜성이 나타난 것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것을 펼칠 징조다.”라고 말한 것을 엿듣고 그가 반역을 꾀했다고 모함하였다. 왕위 찬탈로 옥좌에 앉은 아버지의 아들 예종이 이러한 역모에 관대할 리가 없었다. 예종은 남이를 비롯한 강순, 변영수 등 관련 인물들을 모조리 잡아다 거열형(車裂形, 팔, 다리와 머리를 각각 다른 수레에 매달고 달리게 하여 찢어 죽이는 형벌)에 처했다. 어리지만 아버지만큼이나 무서운 임금이었다. 또한, 군량을 충당하기 위해 설치한 둔전을 백성들이 경작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세조 때 편찬을 시작한 <경국대전>을 보완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고 했던가. 세조 때부터 정권을 주도한 한명회와 신숙주 등 훈구파 세력은 예종의 개혁정책에 대립각을 세웠고, 심지어는 어머니 정희왕후 또한 훈구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친형인 의경세자를 데려간 현덕왕후(단종의 생모)의 저주가 이어진 것일까. 개혁정책이 못마땅했던 훈구파의 독살이었을까. 결국, 예종은 1년 2개월이라는 짧은 재위 기간을 마치고 아버지의 업을 이어 진행한 <경국대전> 또한 반포하지 못한 채 1469년 11월, 형과 똑같은 나이인 20세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트래블아이 왕릉 체크포인트]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가 잠들어 있는 창릉(昌陵)은 서오릉 내에 있는 능 중에 가장 먼저 조영되었으며,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왕과 왕비의 능은 넓은 들판을 사이에 두고 멀찌감치 떨어진 서로 다른 언덕 위에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 형태로 조영되었다. 또한, 왕과 왕비의 능 모두 병풍석이 세워져 있지 않으며, 난간석만 둘려 있다. 나머지 석물의 배치는 일반 왕릉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혼유석(영혼이 나와서 놀도록 만든 돌)을 받치고 있는 고석의 귀면에는 도깨비 문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창릉 고석의 귀면에는 북 고리 모양을 하고 있어 마치 네 개의 북이 혼유석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북소리의 장단에 맞춰 영혼이 더 흥겹게 놀라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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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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