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은 그야말로 푸른 바다와 맞춤이라 할 만 하다. 그리고 그 구불구불한 해안선 사이사이에 낀 갯벌은 그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쏠쏠한 식량창고가 되어왔다. 모래 갯벌에서는 주로 갑각류. 펄 갯벌에서는 조개며 낙지가 그 역할을 해왔다. 냉천어촌체험마을도 그렇게 든든한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더 나아가 체험마당으로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남해 치맛자락 아래 보물섬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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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정경으로 펼쳐진 냉천어촌체험마을.남해군은 남해도와 창선도, 그 외 12개의 부속도서가 합쳐져 이루어진 행정단위다. 하나같이 섬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그 중 남해도와 창선도에는 각각 남해대교와 삼천포대교가 설치되어 육지와도 교통이 자유롭다. 자신들의 고장이 보물섬이라고 당당히 내세우는 지역에서 트래블투데이가 찾아갈 곳은 바로 창선도 당항리, 냉천어촌체험마을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 병사들이 행군하다 먹을 것을 청했지만 주민들도 초근목피로 간신히 살아가던 터라 시원한 샘물밖에 대접할 게 없었다는 서글픈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다. 여름에는 얼음처럼 차고 물 맛도 좋아 냉천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짜디짠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물 맛을 자랑하는 샘물이 오히려 마을의 보물처럼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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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까지만 진행되는 바지락캐기의 수확물. 펄을 잔뜩 먹어 해감이 필요한 상태다.2
자신의 영역에 침입자가 들어오면 맞서 싸우려는 습성을 이용해 쏙을 한바구니 가득 잡았다.어쨌거나 지금의 냉천어촌체험마을은 차가운 샘 말고도 자랑할 것이 많아 보이는 동네다. 우선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와 갯벌의 풍광이 자랑거리요, 그 갯벌에서 나는 풍부한 물산이 자랑거리다. 쏙잡이 체험 외에도 낙지, 키조개, 바지락, 게 등 맛있는 해산물들이 갯벌에서 나온다. 다만 바지락 체험은 3월부터 5월 초까지만 진행하고 동절기가 오기 전 11월까지는 계속 쏙잡이 체험을 진행한다고. 나머지 해산물들을 잡는 것은 초행길인 여행자에게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다만 키조개는 냉천어촌체험마을에서 전략적으로 종패를 뿌려 육성하는 해산물이라 채취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면 물때와 체험불가일이다. 냉천어촌체험마을의 갯벌은 관광객들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냉천어촌체험마을 주민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생업을 위한 일이니 체험 불가 날짜에 체험을 하러 간다면 허탕 칠 가능성이 높겠다. 또한 물때 역시도 달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으니 되도록 유리한 날짜를 골라가는 것이 상수. 다행히도 남해 냉천갯벌 체험장에는 월별 체험시간표가 나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그 다음에는 별달리 걱정할 것이 없다. 체험 도구도 소정의 금액을 내면 다 빌릴 수 있고 손질과 요리도 여기서 할 수 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시범을 보여 주는 마을 주민들도 있으니 과감하게 도전해보자
새우냐 가재냐, 쏙 잡아보기
쏙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양새에 잠시 흠칫할지도 모르겠다. 눈은 새우처럼 달렸는데 등판을 보면 꼭 갯가재처럼 생겼다. 그러나 진짜 갯가재와는 크기가 많이 차이난다. 갯가재의 집게가 포식자의 그것이라면 쏙의 집게는 까딱하면 뜯어질 정도로 야리야리하다.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것은 꼬리다. 꼬리에는 뾰족한 가시들이 많아 자칫하면 손을 찔릴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쏙을 잡는 사람들. 쏙은 보통 Y 모양으로 굴을 파기 때문에 구멍 두개 중 하나에는 쏙이 숨어있다.
이 쏙을 잡는 법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펄의 표면을 긁어내 둥그런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 된장을 살짝 푼 바닷물을 풀어서 고루고루 구덩이에 뿌려준다. 이 된장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에 쏙이 이끌려서 올라오는 것. 그러나 이것만으로 쏙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쏙이 올라왔던 구멍에 붓을 슬슬 들이밀면 쏙은 자기 영역에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생각해 집게발로 열심히 밀고 올라온다. 이 성질을 이용해 집게발이 갯벌 표면까지 나오면 양쪽 집게발을 모두 잡고 쏘옥 끌어올리는 것. 쏙이 경계심도 많고 겁이 많아 한번 놓치면 쉽게 잘 나오지 않는다. 한쪽 집게발만 잡고 끌어올리면 그 발만 끊어진 채 놓치게 되니 요령이 필요하다. 한 사람당 한 바구니씩만 잡을 수 있지만 의외로 그만큼 채우기란 쉽지 않다. 반면 자주 방문한 사람들은 한 바구니를 그득히 채우는 일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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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가 끝난 냉천어촌체험마을의 갯벌.물때가 끝나도 갯벌 체험장에는 길다란 줄이 늘어선다. 이제까지 잡은 쏙을 손질해 튀김으로 요리해주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곳의 묘미는 쏙 손질부터 튀김까지 금방 해주어 바삭바삭하고 따끈한 튀김을 먹을 수 있다는 점. 특징이 있다면 머리와 꼬리 등의 딱딱한 부분은 제거하지만 껍질 자체는 제거하지 않는 것. 석회질이 적은 편이라 오히려 튀김옷과 어울려 바삭한 맛을 내준다고 한다. 물론 여기를 이용하지 않고 집에 가지고 가서 조리해먹어도 좋다고. 갑각류 특유의 향기가 혀도 코도 즐겁게 해주니 갯벌의 즐거움은 수확의 기쁨 하나만이 아닌 셈이다.
한 바구니를 꽉꽉 채워오겠다고 다짐하는 트래블피플이 있다면 꼭 간이의자를 챙겨가세요. 갯벌에서 다리를 구부리고 오래 있다가는 쏙과 함께 허벅지의 통증도 얻어오실 수 있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20년 03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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