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선비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에 잠들고, 매일 공부를 하고 집안을 다스린 뒤 늦은 밤에야 잘 수 있었다. 더욱이 선비라면 육예를 마땅히 갖추어야 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단순한 예의범절이나 글 잘 쓰는 재주만 육예가 아니었다. 말타기와 활쏘기, 음악, 수학 등 여러 방면에 소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어야 선비로 대접받았다.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강한 자에게 굴하지 않는 모습도 갖추어야 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는 도우며 예로서 조화를 이루는 대동사회를 꿈꾼 몽상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었다. 말 한마디로만 단정하기에는 힘겨운 단어인 셈. 이를 보다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열린다.
영주, 선비란 명칭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
조선왕조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영주 선비의 상징 중 하나다.
선비정신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기반 중 하나다. 조선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대부분의 지역에 자랑할 만한 선비가 있음은 명약관화. 그러나 영주는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비의 고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영주 출신으로 최초로 주자학을 도입한 회헌 안향은 주자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고려를 지탱하고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를 길러냈다. 민본주의 국가라는 이상향을 꿈꿨던 정도전 역시 영주 출신이다.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도 영주가 자랑하는 선비유산의 하나. 단종복위운동이나 일제 치하에 맞서 싸운 의병의 역사 또한 명분 없이는 강자에게 숙이지 않았던 선비정신의 발로다. 그 외에도 영주 출신의 선비들이 지역 규모 당 과거합격자 수로는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는 소소한 정보까지 곁들이면 선비의 고장이라는 수식어도 일견 이해가 간다.
선비의 일생, 색다른 공연, 체험으로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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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를 다양하게 채색하는 갖가지 공연과 퍼포먼스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 역시 이러한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화약하고 있다. 5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 동안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대중들이 즐기기 좋은 공연과 행사, 그리고 역사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하기 좋은 세미나까지 고루 마련되어 있다. 선비문화 마당놀이를 비롯해 뮤지컬 정도전, 혼례 재현, 외줄타기 공연이며 과거급제 해열 재현까지 날짜별로 다양한 공연과 행진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는 실경 뮤지컬 정도전은 넓은 풍광을 갖춘 서천둔치에서 6일, 7일, 8일에 공연될 예정이다. 조선왕조의 기틀을 세우고 민본정치를 내세웠던 정도전의 이야기를 화려한 퍼포먼스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뮤지컬을 제외한 다양한 퍼포먼스는 제각기 달라보여도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선비의 일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 소수서원 솔밭에서 열리는 성년의식 및 다도대회는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 다른 사림에게도 선비로서 대접받는 관례를 재현한 것. 혼례 재현과 회혼례 재현도 부부로서 인연을 맺고 오래도록 해로함을 축하하는 옛 전통을 살려 만들었다. 또한 선비가 할 수 있는 진로 중 하나인 관직 진출도 과거 급제 행렬을 통해 나타냈다. 덜구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생과 사의 퍼포먼스까지 합치면 관, 혼, 상이라는 세 개의 의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선비 문화 탐방하기, 여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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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무섬마을의 모습. 섶다리의 모습이 더욱 흥취를 돋운다.일시를 잘 맞춰가야 하는 공연과 퍼포먼스 이외에도 선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깨알같이 흩어져있다. 소수서원의 솔밭에서는 영주의 대표 선비와 영주에 위치한 종갓집의 문장을 접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켜온 종갓집의 상징을 접하게 되는 것. 이와 함께 추천하고 싶은 것이 영주 옛 선비 고택 현장 탐방이다. 정도전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삼판서 고택이며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한 무섬마을을 매일 선비버스로 찾아갈 수 있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선비촌과 선비문화연구원 일대에서 돌아다니고 싶다면 소백문화제 행사와 옛 생활재현 코너를 찾아도 좋겠다. 소백문화제는 야생화, 다도. 사군자, 자수, 한지, 매듭, 대장간 등 여러 테마를 체험형식으로 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것. 다도시음장을 비롯해 도자기 만들기, 전통 매듭 매어보기, 전통 대장간 구경과 설명 등 그 당시 삶을 꾸려가기 위해 필요했던 기술들을 한데 모아두었다. 옛 생활 재현에서는 널뛰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각종 전통놀이를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전통놀이를 모아두었다. 윷놀이는 그렇다 치고 제기차기나 널뛰기 등 이제는 생소한 전통놀이는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선비문화의 계승은 미래에 달려있는 것.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어린이들에게 선비정신 체험의 장이 되고 있다.
조선 특유의 문화 중에 유배문화라는 것이 있다. 선비가 죄를 짓고 귀양살이를 떠나게 되면서 그 지역에서 독특하게 키워온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르는 것이다. 자신의 연고지를 버리고 심하게는 한양에서 삼천리나 떨어져 있는 곳을 가게 되는 것이니 그 당시에도 가혹한 형벌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 유배지에서조차 문화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소리를 내어 비판한 사상범들의 위상이 컸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꿋꿋하게 제 목소리를 낼 줄 알았던 선비들의 문화와 품격을 접할 수 있기에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가 더욱 기꺼운 것이다.
유교문화가 유난히 잘 살아있는 경북! 그 옛날 선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영주에서 만나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서덕아 취재기자
발행2016년 10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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