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의 만화에는 유난히 골목길이 많이 보인다. 두 살에 강동구로 이사온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배경을 작품에서 자주 노출시킨 것에서 기인한다, 골목마다 새롭게 그려진, 그러나 일반인의 삶과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따스한 이야기들은 2013년 골목에 새롭게 깃들었다. 순정만화 시리즈를 기반으로 그려진 벽화골목은 1, 2차 조성을 거쳐 2014년 11월에 준공식을 개최했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 기억나나요?
강풀의 스테디셀러로 분류되는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라인을 탄다. 하나는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시리즈로 나오는 호러물 종류다. 다른 하나는 사람과 사람 간의 애틋한 감정을 그려낸 순정만화 시리즈. 둘 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일품이지만 특히 순정만화 시리즈는 마치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아끼게 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전개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몽실몽실하게 만들 정도다.
수영과 연우가 커플목도리를 한 장면. 벽화마을에서도 이 장면을 다양하게 바리에이션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성안마을에 그려진 벽화들은 이런 순정만화 시리즈의 순간을 벽면에 충실하게 담아냈다. <순정만화>에서 여자 주인공 수영이 남자 주인공 연우에게 커플 목도리를 선물하는 장면은 서로의 감정을 깨달아가는 관계의 간질간질함이 전해져오는 장면이다. 이 외에도 좋아하는 여자를 스쿠터에 태우고 언덕을 올라가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만석의 모습. 눈을 보고 싶어하는 수영을 위해 연우가 인공 눈을 뿌려주는 장면 등 수많은 명장면들이 구석구석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이 만화거리가 강동구의 ‘따듯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라서 그럴까,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다니면 잠 잘 때 보온 물주머니를 안은 것 마냥 감정이 따끈따끈해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애초에 벽화거리를 조성할 때도 메인 테마로 잡은 것이 ‘사랑’이었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다. 이웃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등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층위의 사랑을 그려냈다. 또한 원작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원작을 읽은 작가들의 생각과 감정이 재해석되어 담긴 것이 많다. 원작의 팬이라면 원작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과 재해석한 것을 골라내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벽화라고 단순히 그림만을 그린 것도 아니다. 특히 2차 벽화조성 당시에는 못쓰는 키보드 자판, 폐타이어, 문고리 등을 이용한 설치작품도 만들어 보다 톡톡 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벽화 속에 솔솔, 주민들의 삶 풍겨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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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들은 이 골목 주민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무엇인지 미리 묻고 <평온한 꽃길을 걷는 듯>에 녹여냈다.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천호대로 168가 길에 위치한 <평온한 꽃길을 걷는 듯>이란 작품이다. 이곳은 주민들이 키우는 화분과 벽면에 붙여진 조화가 어우러져 사계절 꽃길을 이루고 있다. 2014년 2차 벽화조성 때 만들어진 곳으로 강풀의 만화 캐릭터를 쓰되 그 거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다. 남편과 약혼식을 했을 때의 행복, 딸이 대학교를 졸업한 것, 어렸을 때여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계절의 추억 등 갖가지 모습이 꽃과 어우러졌다. 단순히 작가의 연고지라는 것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나갈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 의미 깊다.
만화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벽화지도의 모습. 여기서 도슨트가 출발한다.
이런 벽화에 얽힌 사연을 보다 자세하게 듣고 싶다면 강동구청에 도슨트 안내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주 토요일 2시에는 파크랜드 강동역점 근처, 벽화지도 앞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평일이라도 오전 아홉시부터 여섯시까지, 세 명 이상의 그룹이 사전예약을 했다면 희망 시간대에 맞춰 투어를 진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마을의 이름의 유래, 숨겨진 역사 등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여행지의 매력을 더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인디밴드인 가을방학은 ‘싫은 걸 참아내는 것만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맞바꾼 건 아닐까’ 라며 노래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티 없이 좋아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강풀 만화거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른이 되느라 저 멀리 두고 온 좋아했던 마음이 다시 뛰게 될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꿈을 키웠던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성안마을 강풀 만화거리! 원작을 읽어봤다면 더욱 재미있겠죠?
글 트래블투데이 김희정 취재기자
발행2015년 10월 1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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