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량 추억의 거리에서 땅따먹기 하던 꼬마들을 만나볼까?
옛날 교복을 입은 ‘젊은’ 그대들. 때아닌 쥐 잡기를 촉구하는 포스터와 ‘복장불량 단속’을 엄포하는 글귀. 쉬는 시간 종을 치는 그 옛날의 어여쁜 선생님. 흑백 TV에나 나올 법한 케케묵은 풍경만은 아니다. 오늘, 지금, 전남 보성군의 한 옛날 역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름하여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다. 7080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이 축제는 지난 5월 1일 개막해 31일까지 보성 득량역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교복 입은 ‘언니 오빠들’의 무르익은 춤판도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즐거운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를 <트래블투데이>가 직접 다녀왔다.
‘식량 얻던(得粮) 곳’에서 추억을 얻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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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역이 소재한 득량면의 명칭은 임진왜란 당시 유래했다.2
사람이 뜸하던 득량역이 5월, 축제장으로 변신했다.득량역은 경전선이 지나는 역이다.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0년, 첫 영업을 시작했다. 득량역이 소재한 곳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이다. ‘득량(得糧)’이란, 명칭 그대로 식량을 얻던 곳이란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군량미를 조달한 것이 계기가 돼,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꽤나 유서 깊은 명칭이다.
이러한 득량역을 오는 5월 31일까지 방문하면 식량 대신 ‘추억’을 얻어갈 수 있다. 너나없이 어렵던 1970년대를 콘셉트로 한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득량 추억의 거리’에서 시작한다. 이 거리는 득량역 일원에 조성된 거리다.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옛날식 가게들을 길 양편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석유 풍로 따위를 진열한 ‘관람 전용’ 전시장도 있지만, 직접 들어가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가게도 있다. 만화방과 ‘득량국민학교’, 행운다방 등이 그것이다. 질 나쁜 종이에서 묵은 먼지내가 나는 만화책이 만화방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또 득량국민학교에서는 예쁜 선생님처럼 차려입은 축제 관계자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민학교라는 이름에 시선이 닿는 순간, 기억은 먼 옛날로 빨려 들어간다. 그 옛날 얼마나 많은 ‘국민학생’들이 ‘핵교 댕겨오겠소잉(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외치며 등굣길을 나섰을까. 버스조차 변변치 않아 걸어 다녔을 시골 등굣길을 말이다.
축제의 주무대인 득량역에 관해 덧붙이자면, 이곳은 폐역이 아니다. 축제가 열리기 전에도 이곳은 하루에 다만 몇 명이라도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던 ‘살아있는’ 역이었다. 축제 기간 중 이 역은 하루 수 백 명이 타고내리는 ‘스타역’이 됐다. 추억 여행을 위해 득량역을 찾은 방문객들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역사 내외부를 보고 감탄하기 일쑤다. 수십 년 동안 기관사의 손길을 탄 무전기와 오래된 ‘역장님’ 모자, 지금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옛날식 종이 기차표가 전시돼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과 시선을 붙든다. 추억이 담긴 오브제들은 방문객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또다른 추억으로 담긴다.
추억의 댄스타임! 득량역은 ‘복고 댄스’ 삼매경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옛날 교복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다.
축제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득량역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장을 채우는 음악은 무엇일까. 90년대를 풍미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빠른 비트의 댄스곡이 역에 울려퍼지면, 그 때부터 코스프레 댄스타임 시작이다. 댄스타임이 시작되면 70년대식 옛날 교복을 입은 관광객들은 일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흥이 나기 때문에, 마음이 시켜서,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교복은 미리 입고 와도 되고, 축제장 한편의 부스에서 빌려 입을 수도 있다. 교복 또는 교련복을 골라서 빌릴 수 있다.
춤을 추는 동안 관광객들의 얼굴은 상기된다. 처음엔 멋쩍어 하던 사람들이 남을 따라 추기도 하고, 처음부터 물 만난 고기처럼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거나 결국엔 무르익은 춤판으로 변하는 것이다. 평소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그리운 옛날에 대한 향수를 춤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가난이나 역경이 관광상품이 아니라 ‘실재’였던 과거, 그 과거를 이곳에선 춤으로 회상한다.
옛날 교복 입고 득량역 한 바퀴
포니카페에서는 '뽑기'를 만들 수 있다.
'득량국민학교'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곳곳의 풍금은 득량역의 명물이다.
득량역에 조성된 해바라기 바람개비 뒤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한바탕 춤판으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진정하고 득량역 밖을 한 바퀴 돌아보자. 기찻길이 있는 득량역 뒤편은 요즘 튤립 천국이다. 축제장을 조성하면서 색색깔의 튤립을 심어놓은 것. 또 누구나 자유롭게 칠 수 있는 풍금이 곳곳에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다. 누구든 먼저 앉아서 치면 임자다. 이곳에선 간이 의자조차도 추억의 대상이다. 멋들어진 최신 벤치 대신, 지역내 가게에서 기증한 옛날식 의자에 잠시 앉아볼 수 있다.
득량역 뒤편에서 또 한 가지 둘러볼 곳은 바람개비다. 포토존으로도 좋고 단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바람개비 존’이 역 뒤편에 조성돼 있다. 또 어려운 시절의 ‘최신 자동차’로 통했던 자동차 포니를 콘셉트로 한 ‘포니카페’도 있다. 달고나로 불리는 뽑기를 이곳에서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만인의 여행자의 벗,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이곳 포니카페에서 싼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춤 춘 뒤 목이 마르다면 포니카페를 이용해 보자.
득량역만 보기 아쉽다면… 제암산 휴양림이나 녹차밭으로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를 개최하는 코레일은 인근 보성 녹차밭 등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현재 판매 중이다. 만약 개별 여행자라면 녹차밭 외에 제암산 자연휴양림도 함께 추천한다. 5월은 바야흐로 자연휴양림의 계절. 우거진 숲이 손짓하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입구에 조성된 호수가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이 호수의 물빛은 형광등에 비친 에메랄드 빛 쯤으로 묘사할 수 있다. 보통 자연휴양림은 가족끼리 조용히 쉬는 곳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짚라인과 여러 모험 레포츠 시설이 있는 에코어드벤처가 휴양림 가운데 자리하기 때문이다. 휴식과 모험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제암산 휴양림을 방문함 직 하다. 혹은 보성 여행의 ‘고전’이자 ‘보성 녹차밭’으로 불리는 대한다원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때마침 오는 5월 22일부터 닷새간 보성 녹차밭 일원에선 보성다향대축제가 열린다.
1970년대를 기억하는 '언니 오빠들'도, 그때 그시절이 궁금한 청년들도, '추억의 코스프레 축제'에서는 하나가 됩니다. 5월, 보성으로 떠나요.
글 트래블투데이 이나래 취재기자
발행2015년 05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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