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조선왕릉으로 떠나자! 품격 있는 봄 나들이,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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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조선왕릉으로 떠나자! 품격 있는 봄 나들이


‘품격’이라는 말이 몇 년째 유행이다. ‘○○의 품격’이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히트를 친 영향도 있거니와, 단어 끝에 ‘품격’이란 말을 붙여 유행어처럼 쓰는 경향이 있다. 품격은 영어로 dignity. 위엄과 존엄성을 의미한다. 갑자기 품격이란 단어를 꺼낸 이유는 꽃 나들이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나날이 오르는 기온을 따라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갈까? 말까? 어디로 갈까? 전국 각지서 열리는 꽃 축제를 검색하느라 스마트폰이 뜨거워진 트래블피플에게 과감히 소개하는 꽃놀이 장소, 바로 조선왕릉과 종묘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즐기는 꽃놀이, 이보다 더 품격있는 꽃놀이가 있을까? 유명한 꽃 축제 가서 ‘꽃보다 주차전쟁’ 혹은 ‘꽃보다 바가지’에 시달리기 싫다면 더욱 더 왕릉을 추천한다. 수도권에서 가볍게 꽃구경 겸 봄나들이 하고 싶을 때도 역시 답은 왕릉이다.

                    
                

조선왕릉과 종묘에는 어떤 꽃이 피나? 

 
  • 4월 현재, 경기 동구릉 안 건원릉 가는 길섶에 산수유 꽃이 피었다. 

조선왕릉이나 종묘로 꽃놀이 가기 전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꽃 피는 시기와 피는 꽃의 종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가장 많은(9기) 조선왕릉이 밀집해 있는 경기 동구릉은 3월 말부터 산수유가 피기 시작해 6월까지 복사꽃, 붓꽃 등이 두루 피어날 예정이다. 남양주 광릉, 사릉, 홍릉, 유릉의 경우 4월까지 산벚꽃과 진달래, 산수유 등이 핀다. 서울에서는 태릉과 정릉, 강남구의 선릉, 정릉 등에 4월까지 산수유 등이 핀다. 경기 남부권인 여주의 세종대왕릉에서는 4월 중 진달래가, 경기 서북부권인 파주 삼릉에서는 4월 중 벚꽃과 산수유가, 경기 서남부권 김포 장릉과 화성 융·장릉에서는 각각 진달래, 산벚나무 꽃이 4월 중 피어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조선 임금·왕후가 잠든 곳, 동구(九)릉
-꽃놀이 할까? 산수유와 복사꽃,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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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너머 동구릉 수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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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원릉 정자각 기와 위로 하늘이 파랗다.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동구릉이 있다. 동구릉은 동쪽의 구릉(丘陵)이 아니라, 동쪽에 있는 아홉(九)개의 릉이다. 이곳에는 태조 이성계(건원릉)와 14대 임금 선조, 21대 임금 영조(원릉) 등이 잠들어 있다. 국내의 조선왕릉은 18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그 중 단일한 지역에 가장 많은 왕릉이 있는 곳이 바로 동구릉이다. 수도권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면적이 넓어 과거부터 인근 초·중·고등학교의 소풍 장소 및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애용돼 왔다.
 
봄이 되면 동구릉에 어떤 꽃이 필까? 매표소를 통과해 홍살문을 지나면 왕릉으로 가기 전에 음수대와 재실 일원이 보인다. 음수대는 동구릉 일원을 흐르는 개천가에 있는데, 여기에 개나리와 미선나무가 있다. 3월 말 현재 동구릉의 개나리는 이제 피기 시작하고, 미선나무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는 수준이다. 4월 중 개나리와 미선나무 모두 활짝 피게 된다. 여기서 건원릉 방향으로 똑바로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수릉이다. 수릉은 문조와 신정황후의 합장릉이다. 수릉 입구 한 편에 산수유 수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산수유는 현재 많이 개화한 상태다. 산수유는 수릉 뿐 아니라 건원릉(태조) 일원 등 동구릉 내 여러 곳에 군데군데 심겨 있어, 이른 꽃놀이에 나선 방문객들을 노란 얼굴로 맞이한다. 봄이 무르익는 4, 5월 경이면 쪽동백과 붓꽃, 원추리 등도 때를 기다려 피어난다.
 

 

동구릉에서 나무 관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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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릉 숲길을 걷는 사람들 너머 홍살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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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나무가 동구릉 숲길 도보여행자를 맞아준다.
 

동구릉에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꽃보다는 나무를 마주할 때가 더 많다. 동구릉의 넓은 면적을 여러 나무들이 채우고 있는데, 그 예로 소나무와 신갈나무, 산벚나무, 오리나무 등이 있다. 소나무와 산벚나무는 알지만, 오리나무는 생소할 수도 있다. 왜 오리나무일까? 오리가 좋아하는 나무일까? 아니다. 과거 조선시대 오(五) 리마다 심었다 해 ‘오리나무’다. 오 리마다 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길 가던 이들이 이 나무를 봄으로써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하게 하기 위해서라 한다. 오 리를 km로 환산하면 약 2km. 오늘날 서울의 가로수의 간격은 수십 미터에서 짧게는 몇 미터에 불과한 경우도 많으니, 옛날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목이 풍부해졌음을 알 수 있다. 
 

 

꽃이 있는 곳에 새가 있다… 동구릉의 나무와 산새

 
  • 동구릉 숲길을 산책하다 높이 뻗은 소나무를 마주하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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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릉에는 능이 9기나 있어 안내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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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이 우거진 동구릉에선 오색딱따구리를 볼 수 있다.
 

좋은 점은 동구릉에 어떤 나무가 식재돼 있는지 꼭 미리 공부하고 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친절하게도 동구릉 일원의 여러 나무에 ‘이름표’가 달려 있다. 이름 뿐 아니라 특성과 그 나무의 용도까지 간결히 설명돼 있어 ‘자연학습’으로 그만이다. 예를 들어 ‘오리나무는 하회탈을 만드는 데 썼다’는 식이다. 나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설명판만 보면 동구릉 일원의 나무 수십 그루에 관해 바로 학습할 수 있다. 오리나무 외에도 가지가 화살을 닮은 ‘화살나무’, 누에를 치는 ‘뽕나무’ 등 갖은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예쁘고 화려하고, 이국적인 것들이 인기를 끄는 요즘, 하루쯤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가 우리네 옛 나무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면 동구릉에는 새도 많다. 나무가 우거지고 인적이 적으니 당연하다. 오색딱따구리, 박새, 동고비, 곤줄박이 등 아파트 숲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새들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소음이 멈추는 곳… 서울시내 왕릉에서 진달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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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에 소재한 선정릉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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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의 왕릉에서는 진달래를 볼 수 있다. 
 

산수유축제를 개최하거나 산수유 군락으로 유명한 곳은 전국에 많다. 물론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즐기는 꽃놀이는 그만큼 더 운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꽃을 보러 막상 지방까지 가기 위해 큰 결단이 필요하다. 비용, 시간, 교통체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럴 때는 그냥 서울시내의 왕릉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선릉, 정릉은 성종과 성종계비 정현왕후가 잠든 곳으로서, 3월이면 산수유가 피어난다. 그리고 산수유가 만개한 이후 4월에는 벚꽃이 피어난다. 선정릉보다는 비교적 외곽에 있는 서초구 헌인릉은 태종과 태종비 원경왕후, 순조와 순조비 순원왕후의 능으로서 3월 말부터 5월까지 진달래와 때죽나무 꽃 등을 볼 수 있다. 때죽 꽃은 5~6월 경 피는데 하얀색 초롱을 매달아놓은 듯 함초롬한 자태가 고결하다.
 
이밖에도 조선 20대 임금 경종과 경종 계비 선의왕후의 능인 의릉(성북구), 중종 비 문정왕후릉인 태릉(노원구), 명종과 명종 비 인순왕후가 잠든 강릉(노원구)도 가 볼만하다. 산수유만큼이나 부지런한 봄꽃 생강나무 꽃이 3월이면 태릉 광장에 피어나고, 진달래와 철쭉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의 궁궐 또는 왕릉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밖의 소음이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도시의 소음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 때, 그리고 봄꽃이 궁금하고 보고 싶을 때 왕릉에 잠시 깃들어보는 건 어떨까.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도 좋다.
 

 

수도권 나들이 장소로 좋은 여주 영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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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 서오릉에 봄이 되면 벚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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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릉에서 구경하는 벚꽃은 어떨까?
 

조선의 성군(聖君)이라 칭송되는 세종대왕이 잠든 곳, 바로 여주 영릉이다. 이곳에는 세종 뿐 아니라 세종 비 소헌왕후가 합장돼 있다. 여주종합터미널에서 차로 10분, 약 4km 거리다. 남한강변에 있기 때문에 봄나들이 장소로 좋다. 인근의 신륵사와 강천보 등과 묶어 반나절 또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 영릉 일원의 산책로에는 4월 한 달 진달래를 볼 수 있다.
 
경기 서남부 거주권자라면 김포의 장릉과 화성 융·건릉을 가도 좋다. 불교 신자거나 불교에 관심이 많다면 김포 장릉을 추천한다. 4월 초파일을 전후해 피어나는 데다, 꽃이 부처 머리처럼 곱슬거린다 해 ‘불두(佛頭)’라 명명된 불두화가 5월이면 장릉 관람로 일원에 피어난다. 보통 봄꽃이 노랗거나 붉은 계통인 데 비해 불두화는 새하얗다. 장릉은 선조의 아들로서 왕으로 추존된 원종과 원종 비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한편 화성에는 소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융·건릉이 있다. 이곳은 진달래와 벚꽃이 보기 좋다. 경기 북부권인 파주 삼릉과 고양 서오릉 역시 각각 4월이면 벚꽃 피는 왕릉이다. 파주 삼릉은 공릉, 순릉, 영릉을 통칭하는 단어다.
 

 

5월에 피는 ‘스노우벨’, 종묘 때죽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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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는 감꽃과 때죽나무 꽃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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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녀린 야생화도 왕릉 방문객들의 눈길을 기다린다.
 

왕실의 제례공간이자 역시 세계유산인 종묘에도 봄꽃이 피어난다. 조선 왕조의 역대 왕과 왕후, 추존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는 엄숙한 공간이지만 역시 관심을 갖고 알아둬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종묘에서 볼 만한 봄꽃은 때죽나무 꽃과 감꽃이다. 두 꽃은 모두 5월 경 피어난다. 감꽃은 대부분 다 알겠지만, 때죽나무라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이름과 달리, 때죽나무는 하얀 색의 초롱 혹은 종 모양 꽃이 피는 나무다. 영어 명 ‘스노우 벨’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 수도 있다. 때죽나무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분포한다. 5월 어느 날 종묘 원림 일대를 걷다 하얗고 청초하게 피어난 꽃을 본다면 때죽꽃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자. 

한 가지 더, 봄이 되어 종묘나 조선왕릉으로 꽃구경을 가거든 '이름 난' 꽃 말고 다른 꽃들에도 눈길을 줘보는 건 어떨까. 있는 듯 없는 듯 함초롬히 피어있는 야생화를 지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손톱보다 작은 꽃잎 하나에도 일년 열두달의 바람과, 번개와, 햇빛 그리고 저홀로 피어난 꽃의 생(生)의 의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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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피플이라면 꽃 구경도 품격있게! 올 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과 종묘에서 우아하고 기품있게 꽃 구경을 즐겨볼까요?

트래블투데이 이나래 취재기자

발행2015년 04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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