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창덕궁 편>,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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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고궁으로 봄나들이 갈까? <창덕궁 편>


창덕궁을 일컬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궁궐이라 한다. 이는 창덕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창덕궁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이곳에서 눈여겨 볼 만한 수목(樹木)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모르고 방문한 고궁에서 사진을 찍은들 그 감동이 얼마나 갈까. 올봄 창덕궁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궁에 피는 꽃 이름 정도는 알고 가자. 고즈넉한 궁궐 한 귀퉁이에서 아는 꽃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느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임금이 사랑한 매화… 금천교와 낙선재 일원에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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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재 일원에는 백매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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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각 자시문에 홍매가 봉오리를 틔우는 봄날

창덕궁의 봄꽃 나들이는 금천교에서 시작한다. 금천교의 ‘금천(禁川)’은 금하는 냇물이라는 뜻이다. 바깥의 사악한 기운이 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 정전인 인정전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금천교를 건너야 하는데, 3월이면 이곳에 매화가 피어난다.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새하얗게 도드라진 백매화는 꽃이 아니라 차라리 작품이다.
 
하지만 금천교의 백매화로 황홀경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다. 봄이 되면 창덕궁 곳곳에 홍매, 백매 등이 피어나는데 그중 특히 아름다운 곳이 두 곳 있다. 바로 낙선재 앞뜰과 성정각 자시문이다. 낙선재 앞뜰은 창덕궁 안에서도 볕이 잘 드는 곳이다. 금천교의 매화가 수줍고 조심스러운 느낌이라면, 낙선재 앞뜰의 매화는 도도하고 기품있다. 자시문의 홍매 또한 붉은 꽃이 탐스럽다.
 
물론 매화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화축제가 열리는 곳은 고궁이나 사찰이 아니라, 전남 지역의 한 매실 농원 일대다. 규모로야 그곳이 으뜸이지만, 고궁에 피어난 매화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모름지기 사군자 중 하나인 매화는 조선 임금 중에서도 특히 태종이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태종 재위 시절에 지은 궁궐이 바로 이 창덕궁이다. 어느 달 밝은 밤 태종이 궐 안을 걸으며 ‘탐매(探梅)’를 했을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때의 매화는 그냥 매화가 아닌 것이 된다. 

 

왕실의 정원 ‘후원’에 생강 꽃이 피었다네…

이른 봄이면 후원 관람지(존덕정 일원)에 생강나무 꽃이 핀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 특히 장년층이 ‘비원’이라 부르는 창덕궁 후원은 조선 시대 정원과 조경의 정수라 불린다. 산비탈을 구태여 다듬거나 깎지 않고 그대로 정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숲과 여러 개의 못으로 이뤄진 후원에도 봄이 되면 꽃이 핀다. 보통 창덕궁 후원이라 하면 부용정 일대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부용정보다 더 깊숙한 곳에 존덕정 일원이 있다.
 
‘관람지’라고도 불리는 존덕정 일원에는 밤나무와 생강나무 등이 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3월 무렵, 생강나무가 꽃을 틔운다. 밭에서 나는 생강이 나무 이름으로 돼 있어 의아하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생강이 열려서 생강나무가 아니라, 가지를 자르거나 잎을 찢으면 생강 냄새가 난다 하여 ‘생강나무’다. 생김새는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꽃자루가 다르다.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지만, 생강나무 꽃은 짧다. 부용정을 지나 존덕정으로 가는 길목에 생강나무 꽃을 만나게 되는데, 꽃 뒤로 아슴푸레 보이는 존덕정 풍경이 일품이다. 

 

창덕궁의 천연기념물, 회화나무와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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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문 일대의 회화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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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750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는 창덕궁의 천연기념물이다.

한편 창덕궁에 가면 눈여겨볼 나무가 두 종류 있다. 바로 회화나무와 향나무이다. 회화나무의 학명은 ‘차이니즈 스콜라 트리(Chinese scholar tree)’인데, 이름 그대로 학자(스콜라)의 나무라 불린다. 예부터 선비들의 공간인 향교나 서원 일대에는 회화나무를 즐겨 심었는데, 고궁인 창덕궁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일원에는 현재 회화나무 여덟 그루가 남아있는데,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옛 창덕궁을 그린 <동궐도>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그 수령이 오래됐다.
 
그런가 하면 궐내 각사의 규장각 뒤에는 수령 750년으로 추정되는 향나무가 있다. 이 역시 천연기념물이다. 회화나무가 선비의 나무라면, 향나무는 하늘과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나무로 일컬어져 왔다. 현재 이 나무는 여러 개의 지지대로 받쳐져 있는데, 나이 많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 같다. 그 옛날 임금이 내뱉은 숨결까지도 이 향나무는 고스란히 빨아들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나무 앞에 서면 몸가짐을 바로 하고, 표정을 단정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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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창덕궁에서는 많은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이 예쁘다고 감탄하기 전에 꽃의 이름과 유래를 알고 간다면 더욱더 기억에 남는 고궁 봄나들이가 되지 않을까요?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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