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잠시 생각이 개입하면 이내 멀어져 버리는,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이 앞서는 순간이다. 예를 들어 봄이라는 계절은 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온 사방 천지에서 새로 태어나고 솟아나며 피어나는 와중에 사람들은 자신도 그 만물의 일부가 된 양, 천진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갓 태어나 세상모르고 나래를 펼치는 어린싹처럼 마냥 세상 아무 일도 모르고 싶어진다. 봄은 일 년에 딱 한 번, 그렇게 무모함의 면죄부를 피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꽃이다.
엄밀히 말해 봄이 위험한 까닭은 그것이 뭣 모르고 자라는 어린 것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봄은 그렇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더 싱그럽고 순수하다. 하지만 수줍은 건지, 샘이 많은 건지 이 계절은 제가 오감을 교묘히 모르게끔 한다. 3월까지는 결코 겉옷을 벗을 수 없을 만큼 못된 바람이 불더니, 4월에 접어들자마자 사정없이 일교차를 벌려 정신을 혼란케 한다. 어영부영 한 달이 지나가면 5월 날씨는 허무하게도 후덥지근해지기 시작한다.
여차하면 우리는 이러한 계절의 장난 속에서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축제를 손도 못 대고 놓쳐버린다. 봄은 실감하지도 못하고 왠지 모르게 오묘한 기분과 손에 안 잡히는 일만 붙들고 있으려니 환장할 노릇일 수밖에. 이도 저도 아니게 아까운 날만 흘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사람에게 스며드는 봄기운이라는 것만 알아둔다면 해결은 너무나 간단하다. 오후 시간, 특히 나른하고 지루해 이대로는 더 앉아있을 수 없겠다 싶은 순간이 오거든 한번 멍하게 창밖을 쳐다보라. 놀랍게도 매일 다니던 그 길이 눈에 띄게 화사해졌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다행하게 지금 봄이 한가운데 와있음을 알아차렸으니, 괜스레 게을러지는 자신을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길 위로 나서야 할 순간. 안타깝게도 봄은 순식간에 온 만큼, 눈 깜짝할 새에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남도에는 이미 꽃이 만발했다. 제주는 물론이고 섬진강변을 따라 절정을 치며 올라오는 꽃의 물결, 그 찰나를 봄이라 한다.
봄은 오는 동시에 갈 것이다. 꽃도 그러하다. 봉오리가 입을 열었다 치면 금세 떨어질 것이다. 애초부터 위태함이 서려 있는 계절인 만큼, 도무지 몸이 근질거려 앉아있을 수 없는 이들에게 그 순간만은 무모하기를 권한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망설이면 이내 사라질 꽃의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올해 봄꽃의 개화 시기를 확인하셨나요? 하루하루 찾아오는 봄이 돌아가기 전에 봄꽃이 선사하는 절경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옥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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