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의 고택에서 조화로움을 배우다
음성에는 옛 건물이 많다. 예전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옛 건물들은 민생들의 수수했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음성 전통주택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이곳은 국가가 지정한 민속문화재, 공산정 고가와 김주태 가옥이다. 곡선의 미를 잘 살린 고택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의 조화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풍수지리를 따라서 남향으로 지어진 집안은 따뜻한 빛이 온전하게 들어올 뿐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고 있던 가옥이기 때문에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세월이 살아있는 고택, 공산정 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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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안, 밭을 옆에 두고 자연과 어우러진 모양. 또 장독대가 줄지어 세워진 뒷마당, 지붕에 박힌 기와를 배경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 흙을 바르고 나무로 기둥을 해 놓은 집. 이 모든 것이 소박한 민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정 고가는 현재에도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큼 잘 보존되어 있는 가옥으로 ‘살아있는 고택’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이 고택은, 충북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구조를 하고 있다. 바로 서해안 지방에서 사용하는 ‘ㅁ’ 자형 배치 구조이기 때문이다.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공산정 고가는 사랑방, 대청, 부엌 등이 있는 전형적인 민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은 것이 아니라도, 이렇게나 고풍스럽고 의미 있는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니 조금은 놀라운 사실이다. 공산정 고가가 지어질 당시의 민가 건축기술도 뛰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물이기도 하다. 공산정고가의 옛 이름은 음성서정우가옥이다. 하지만 이곳이 공(公)자처럼 보이는 산이 있고 정자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공산정으로 불리던 것을 반영하여 음성 공산정 고가로 이름을 변경하게 되었다.
돌을 쌓아 올린 든든한 고택, 김주태 가옥
김주택 가옥은 한옥 특유의 기품으로 가득하다.
돌을 쌓아 건물을 들어 올린 모양새가, 이곳에는 꽤 높은 사람이 살았을 것만 같다. 단단한 돌 위에 세워진 김주태 가옥은 약 300여 년 전에 이익이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꾸준한 관리를 받아온 덕에 가옥 곳곳에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아름답게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을 배경으로 조금 높게 지어진 건물들은 전통 한옥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처마의 곡선이 아름답게 뻗어있어 한동안 모든 건물을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게다가 조금 색이 바랜 빛깔의 기와는 햇빛을 받아 더욱 고풍스럽게 자리한다.
김주태 가옥에는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여자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교적 교리에 따라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집 안의 여성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갇힌 공간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의 공간을 보장하고 그 안으로 타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출입문을 따로 두었다는 점에서 여성을 위한 일종의 배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남성들의 공간인 사랑채는 다른 공간보다도 높게 세워졌다. 가리는 건물도 없이, 높은 축대 위에 올라선 사랑채는 그 위세가 당당하다. 가옥 안에 적힌 글에 따르면 이 사랑채는 1901년에 건축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주태 가옥은 사랑채, 안채 등의 건물이 홑처마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팔작 기와지붕을 하고 있다. 게다가 장독대를 위한 공간과 부엌 뒤편의 공간 등 곳곳의 부속 공간이 특색 있는 배치를 취하고 있다. 한때 충주 목사를 역임했던 박규희 가문이 살았던 곳으로 ‘박 참판 댁’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집은 아니지만, 전통 한옥의 모양새를 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수수한 모습이 돋보이는 음성의 고택!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옥의 멋이 살아있네~ 특히, 여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을 눈여겨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9월 19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