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전라남도와 전국 곳곳을 잇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이지만, 그 도심에는 야트막한 높이의 봉화산이 구도심과 신도심을 나누고 있다. 그 사이를 넘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 봉화산 둘레길. 순천 사람들은 가벼운 산책으로, 이편에서 저편으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봉화산을 걷는다. 조선 시대에는 봉수대가 있었던, 지금은 순천 일대의 공기를 책임지는 허파역할을 하는 산. [트래블투데이]와 함께 순천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한 봉화산 둘레길을 따라 걸어보자.
꽃사슴과의 조우?
동백꽃이 수줍게 피는 봉화산 둘레길, 이 길 중간에서 꽃사슴을 만날 수 있을까?
순천에 내려가기 전 인터넷에서 봉화산 둘레길을 검색했더니,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꽃사슴 트레킹. 둘레길을 걷던 중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꽃사슴과 마주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깊은 산골도 아니고 겨우 355m 해발의 작은 산에서 우연히 동물과 마주친다는 것은 도무지 익숙지 않은 일. 사실 봉화산의 꽃사슴도 야생동물은 아니다. 인근의 농장에서 풀을 뜯도록 방목한 녀석들이라 사람과 마주쳐도 도망칠 생각은커녕, 목을 빳빳이 들고 눈을 마주한다. 4시간 정도의 산길 탐방 동안 꽃사슴을 만날 수 있을까?
12km 봉화산 둘레 한 바퀴
순천 봉화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죽도봉 공원, 필자가 순천에 간 3월 초엔 벚꽃이 아직 영글지 않았다.
죽도봉 공원에서부터 시작했다. 둥근 형태의 둘레길 중간중간 업동저수지, 망북마을, 생목안골 등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은 다양하지만, 순천역, 버스터미널 등 여행객에게 가장 접근이 쉬운 곳으로 선택한 것. 둘레길은 총 12km로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까지 오는 데는 4~5시간 정도 잡으면 여유로우며, 봉화산 정상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도 있다. 2014년 9월 개장한 봉화산 둘레길은 산길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조성해 오솔길을 걷는 느낌으로, 편백나무, 상수리나무, 노각나무 등 시원시원하게 뻗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피톤치드를 내 뿜고 있을 나무 곁으로 좁다란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크게 숨을 쉬게 된다. 이처럼 숲과 길이 오붓하게 펼쳐진 도중에도 쉼터와 표지판은 잘 갖춰져 있다. 험한 길이 없어도 몇 시간씩 걷는 중에는 꼭 휴식이 필요한 만큼, 쉼터는 반가운 존재. 좀 더 정적으로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멈춰가도 좋다. 또 길마다 표지판을 세워 주변 숲의 이름과 특징, 숲의 가치 등 유익한 정보와 해당 구간에 얽힌 소소한 읽을거리들을 제공해 조용한 산책도 심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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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서 믿을 것을 단 하나, 화살표다. 잊을만하면 화살표가 곳곳에 눈에 띄어 안심이다.2
편백나무의 효능을 알려주는 표지판. 이처럼 읽을거리가 곳곳에 있어 걷기가 심심하지 않다.구간 표지판을 보면 죽도봉에서 업동저수지 방면, 시계방향으로 걷는 길이 순방향이라고 표시돼있다. 길의 오르내림이 순방향으로 걸었을 때, 조금 더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레길을 재차 걷는 이들은 일부러 역방향을 택해 같은 길, 새로운 풍경을 찾는 방법도 있겠다. 깊고 위험한 산은 아니지만, 길 곳곳에는 방향을 잃지 않도록 화살표를 표시가 있어 길 잃을 불안이 없다. 잦은 구간마다 번호판이 있어 유사시에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한 배려도 돋보인다.
이야기가 있는 숲길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이야기와 맑은 공기가 어우러지는 봉화산, 우거진 편백숲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길이다.
봉화산 둘레길 걷기의 또 하나 재미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이다. 총 네구간으로 나눠진다. 1구간, 사랑의 길은 죽도봉공원에서 업동 저수기에 이르는 구간으로 통일신라시대 송월과 망죽랑의 사랑이 얽힌 연못이야기, 업동저수지에서 망북마을 2구간은 신비의 길로 봉화산 맞은편의 삼산 봉우리에 얽힌 이야기, 망북마을에서 봉화그린빌에 이르는 3구간, 애국의 길은 봉수대에 관한 이야기다. 마지막 봉화 그린빌에서 죽도봉까지의 4구간은 고려사에 전해지는 죽도봉 전설을 알 수 있다. 걷다가 길 위에서 잠시 쉬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쭉 뻗은 숲 사이로 옛날 이야기를 곱씹으며 걷는 봉화산 둘레길, 순천 시내를 바라보면 걸으면서도 진정한 휴식 속으로 초대받은 기분을 선사한다. 시가지에서 멀지 않음에도 자연에 파묻힐 수 있는 이 길은 과연 순천이라는 도시 전체가 정원이라 할 만한 곳임을 실감케 한다. 봉화산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죽도봉 공원으로 돌아오기까지 네 시간이 조금 넘는 여정이 끝난다. 과연 필자는 꽃사슴을 만났을까? 안타깝지만 그 사실 여부는 의문에 부쳐야겠다. 꽃사슴이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곳, 봉화산 둘레길에 오를 모든 여행자에게 행운을 빌며!
이야기가 있는 봉화산, 풀을 뜯는 사슴과 울창한 숲이 있는 둘레길에서의 평화로운 트레킹. 맑고 살기 좋은 순천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게다가 꽃사슴을 만나는 행운이 있을지도 몰라요!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6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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