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라는 이름의 정원에 다녀왔습니다, 순천 시티투어 체험기,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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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이라는 이름의 정원에 다녀왔습니다, 순천 시티투어 체험기


‘도시가 아니라, 정원입니다.’ 전남 순천 곳곳에 보이는 슬로건이다. 전망 아름답기로 소문난 순천만과 정원박람회를 여는 순천만정원으로 제법 자연 친화적인 여행지라는 것 정도는 순천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알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 하지만 정말 좋다고 말하려면 신빙성이 필요한 직업 특성상, 도시 전체가 정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자부심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구석구석 살펴보고자 했다. 뚜벅이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입소문 자자한 순천의 시티투어도 그 대상. 망설임 없이 시티투어 버스에 올랐다.

                    
                

09시00분 순천역: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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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한 시티투어 버스가 순천역 앞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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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투어 비용에는 관광지 입장료가 포함이므로, 명찰로 시티투어 승객임을 표시한다.

전남 순천은 전국 곳곳으로 통하지 않는 길 없는 교통의 요지. 전남 일대의 중심지로 많은 이들이 오가지만, 시골의 정과 소박함이 남아있어 무작정 도시라고만 칭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방학시즌엔 앳된 내일로 여행자들이, 사시사철 순천만 낙조를 찍는 사진애호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시티투어. 풍성하지만, 서로 인접하지 않은 순천의 관광지를 한 번에 이어주며, 시외권(선암사·송광사), 시내권(문화·힐링), 야간투어까지 총 다섯 코스로 입맛 따라 무엇 하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탁월하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요일별로 배정된 코스가 있고 순천역 앞에서 시작한다.

순천에 하루 종일 머문 것은 금요일, 시티투어 선암사 코스가 운영되는 날(수, 금, 일)이다. 오전 아홉 시 반까지 순천역 앞으로. 하루를 맡길 여정이 어떻게 시작될지, 마치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듯 역전 시티투어 승강장에 도착. 예상보다 시간이 남아 요기 거리를 찾아간 역전시장에서 금방 쪄낸 떡 한 덩이를 사온 길이었다. 시골 떡집의 맛과 양에 감탄하고 서 있으니 출발 15분 전에 미리 버스가 온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3월, 생각했던 대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깔끔한 버스와 함께 어김없이 시티투어는 시작됐다. 드라마촬영장과 낙안읍성,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선암사, 야생차체험관을 거쳐 다시 순천역으로 돌아오는 약 8시간의 코스. 배도 차고 마음은 편하고, 든든하게 시티투어 명찰까지 받아 매니 첫 시작부터 예감이 좋다. 순천 시티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한다. 첫 목적지인 드라마 촬영장으로 가는 길에는 일정 및 주의 사항을 공지하고 간단한 순천시 소개로 시티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09시50분 드라마촬영장: 감쪽같은 시공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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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촬영장 입구, 텔레비전 모형 문으로 들어가면 시공간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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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서울 거리에 옛 극장이 감쪽같이 재현돼있다.

드라마촬영장은 순천역에서 멀지 않은 시내에 있어 금방 다시 버스에서 내렸다. 그 주변은 별다를 바 없이 작은 동네 산과 아파트 등이 모여 있는 주거지역인데, 주차장을 지나 커다란 텔레비전 모형의 입구만 지나면 순식간에 시간과 공간이 허물어진다. 먼저 마루가 있는 옛집과 개울을 잇는 나무다리가 인상적인 동네는 1960년대의 순천 읍내를 재현한 것으로 집마다 쌓여있는 장작과 타이어, 차려져 있는 밥상이 금방 주인이 외출한 집처럼 생동감 있다. 조금을 더 걸어가니 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촬영된 80년대 서울 거리가 나온다. 완벽한 옛 간판을 건 양화점, 세탁소, 화원, 대포집을 지나서 만나는 커다란 건물은 바로 옛날 극장. 손으로 그린 영화 <러브스토리>의 당시 포스터가 향수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언덕배기를 따라 올라가면 하이라이트인 70년대 서울 달동네가 떡하니 자리해 있다. 서울 봉천동 달동네를 규모만 조금 줄여서 그대로 옮겨온 모습이란다. 땀이 날 만큼 가파른 달동네 꼭대기까지 오르면 나지막한 판자 지붕과 고층 아파트가 공존하는 오묘한 풍경이 보인다. 영 뜻이 없는 사람도 괜히 드라마 대사 한 구절을 읊어보고 싶어지는 신기한 동네다. 드라마 촬영장은 촬영과 관광이 동시에 이뤄지는 오픈 세트장으로, 현재 조성된 세트장은 계속해서 다른 촬영을 위해 바뀐다고 한다. 다음에 갈 때는 옛날극장이 교회 건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장년층 이상에게는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그 시절의 체험을 선물하는 시공간 여행으로 제격이겠다. 40여 분을 체류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시티투어 일행은 버스에 올라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두 번째 목적지는 낙안읍성이다.

 

11시00분 낙안읍성, 뿌리깊은나무 박물관: 전통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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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낙안읍성에는 여전히 1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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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집으로 가득한 낙안읍성에서 기와지붕을 가진 관아는 몇곳이 안된다.

낙안읍성까지는 순천 시가지를 벗어나 반시간을 달렸다. 아직 꽃이 만발하지 않았어도, 망울을 터뜨리려는 봄이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풍경. 맘 편히 순천의 산과 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번엔 조선시대가 맞이한다. 낙안읍성은 1626년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있으면서 쌓은 것으로, 여전히 견고하게 보존돼있어 대표적인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로 평가된다. 특히 여전히 읍성 내 실제로 100여 가구가 식당, 민박운영과 농사를 지으며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옥이라 하면 흔히 기와집을 보게 되는데, 1.4km 둘레의 성 안에 소복한 초가집을 보는 일은 실로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폭신한 흙길과 흙벽, 초가지붕이 색을 맞춘 듯 정답게 맞아 떨어진다.

마을에서 기와지붕을 가진 몇 안 되는 곳은 관아로, 객사, 내아, 옥사 등이다. 군수와 관리, 죄인 등 옛 인물들의 모형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성 내를 둘러보면서 빼 놓지 말아야 할 곳은 남문 옆의 성곽 길. 성벽 외에는 특별히 대문이 없어 ‘앞문’이라 불리는 은밀한 계단이 성곽 위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담뿍 담뿍 색도 모양도 정겨운 초가지붕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포인트.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단다. 역시 구석구석 알찬 설명을 곁들이니 대수롭지 않았던 풍경도 한 번 더 보게 된다. 이런 게 시티투어의 묘미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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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남문과 동문 사이에 故한창기 선생의 전통문화 수집품을 전시하는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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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깊은나무박물관 내부에는 도자기, 의복, 고서, 친필원고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유물들이 가득하다.

낙안읍성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남문 옆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서 집결했다. 잡지<뿌리깊은나무>의 창간인, 故한창기 선생의 기부로 만들어진 곳으로 생전에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모은 6,5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있다. 낙안읍성은 가옥과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박물관은 생활에 쓰였던 물건들을 통해 옛 삶을 좀 더 가까이 느끼도록 한다.

 

14시10분 선암사: 여유를 찾는 천년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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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입구의 돌다리 승선교와 강선루. 특이하게 일주문보다 앞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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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를 대표하는 '선암매'. 필자가 갔을 때는 아직 피지 않았지만, 3월 말이면 이렇게 흐드러진 매화를 볼 수 있단다.

선암사를 향해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오후 두 시에 가까운 시각. 낙안읍성에서 꽤 발품을 판 사람들은 식곤증까지 합쳐져 따뜻한 버스 안에서 달콤한 휴식에 빠진다. 얕은 잠에서 헤매다 눈을 뜰 때쯤이면 푸른 상사호가 창밖에 펼쳐진다. 인공호수인 상사호와 선암사가 있는 조계산이 어우러져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원한 풍경이 노곤함을 떨쳐 내는 동안, 곧 선암사 주차장에 이른다. 선암사는 순천을 대표하는 사찰로 대웅전을 비롯해 40여 곳의 전각이 조계산 자락에 모여 있다. 선암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송광사도 조계산 반대편에 있다.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아기자기한 경내가 아름다운 선암사는 특히 봄이면 고목에서 피는 매화가 장관을 이룬다. 또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하는 그 유명한 해우소도 실제로 만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는 조금 걸어야 한다. 굴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수종이 어우러진 숲길로 초록이 짙으면 짙을수록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깨끗한 만큼 맑은 물소리도 상쾌하다. 선암사에 오면 세 가지는 꼭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승선교’.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가 선암사로 들어가는 물길을 넘겨다 준다. 바로 뒤에는 선녀가 오르내렸다는 강선루가 있다. 보통 사찰의 시작을 나타내는 일주문이 가장 밖에 있는 것과 달리, 선암사는 일주문보다 강선루가 앞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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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의 와송은 매화와 더불어 꼭 봐야 할 명물로 꼽힌다. 하늘과 땅으로 각각 솟은 줄기가 한 마리의 용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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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선암사에서 만나게 되는 '뒤깐', 해우소. 정호승의 시 <선암사>에 등장하는 바로 그곳이다.

아담한 일주문을 지나 만난 선암사는 오랜 시간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수양하는 불자의 모습과 낭랑하게 들리는 염불소리로부터 경건함과 안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선암사에서 두 번째로 보아야 할 것은 선암매, 오래된 매화가 줄지어 피는 담장길이다. 아쉽게도 요 며칠 추웠던 까닭에 꽃망울이 문을 닫아걸었지만, 경내 곳곳에 왕벚, 철쭉 등 고목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만으로도 그 풍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선암사의 명물은 와송. 거대한 풍채가 한쪽은 하늘로, 한편은 땅으로 누워있는 소나무는 한 마리의 용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바로 앞에 해우소가 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눈물을 흘렸을까. 화장실이라기에는 아주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 게다가 재래식이라는 점이 또 한 번 놀라웠다.

 

15시 30분 전통야생차체험관: 향기로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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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차체험관에서 순천 송광사 인근 '후곡마을'에서 재배한 녹차를 시음할 수 있다.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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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늑한 방에 차와 사람들이 둘러앉으면 두런두런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간다.

선암사 일주문 옆으로 가면 오늘 시티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향하는 길. 선암사를 둘러보며 차분해진 시티투어 일행은 쉬엄쉬엄 산길을 걸으면서 힘껏 심호흡한다. 새삼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청정한 공기를 사재기하고 싶은 마음에 몇 번 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니 한옥 한 채가 보인다.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야생차체험관이다. 체험 비용은 시티투어 이용료 포함으로 성수기에는 진행자가 마이크를 이용해 여러 팀 체험을 동시에 진행할 때도 있지만, 그날은 인원이 적어 작은 찻집을 찾은 것처럼 직접 다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순천 송광사 인근 ‘후곡마을’에서 나는 녹차를 주로 시음한다. 상 위에 작은 봄꽃 몇 송이와 다과, 맑고 따뜻한 차 한 잔이 놓이니 마음도 놓인다. 감칠맛 나는 녹차가 야외활동으로 움츠린 몸을 녹이고 한나절 넘게 함께한 사람들과도 어느덧 두런두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간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몸을 추슬러 나오자마자 체험관 마당에 핀 노란 복수초가 보였다. 훌쩍 봄이 온 듯싶다. 시티투어 버스에 오를 때가 오후 네 시 반, 다시 순천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신기하게도 40여 분을 이동하는 동안 피곤도 졸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천이라는 이름의 정원 

시티투어를 마치니 해가 지고 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순천역 앞에 내린 것은 오후 다섯 시 반. 처음으로 만난 순천의 시티투어는 일단 알찼다. 그날 아침 역전시장에서 산 김이 펄펄 나는 떡처럼, 따뜻하고 허세가 없었다. 순천은 도시가 아니라 정원이라고 이들이 그토록 말하는 이유가 단순히 순천만과 순천만 정원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사실 이 고장은 정말 거대한 정원임을 느끼게 하는 일정이었다. 선암사, 낙안읍성, 순천만 등 굵직한 나무들이 자라는 순천이라는 정원은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길로 가꿔지고 있었던 것. 실제로 도시 구석구석 깨끗했고 사소한 것에도 눈살 찌푸릴 일 하나 없었다. 시내뿐만 아니라, 시외를 아우르는 시티투어 중에도 말이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여행의 특성상, 같은 것을 보고도 상반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순천을 잘 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는 시티투어를 권하겠다. 자신 있기에 빠짐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마 '순천'이라는 이름의 정원은 그 자부심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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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시티투어는 총 다섯 코스! 취향에 맞게 즐겨보세요. 맑고 깨끗한 순천이라는 거대한 정원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3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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