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한 전나무 숲을 거느린 전북 부안군 내소사는 주변으로 직소폭포, 개암사, 채석강 등 장엄한 명승지가 자리해 전부터 그 풍경만으로도 소문이 자자한 사찰이다. 날이 풀리면서부터 다시 선선해지기까지. 그리고 하얗게 눈이 쌓일 때는 전나무 숲의 신선한 공기와 풍경이 대단하다. 또 단풍이 들 때면 일주문에 이르는 단풍터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사철 푸르기만 할 줄 알았던 전나무 숲 사이에도 수줍게 봄이 온단다. 붉고 노란 꽃잎이 아른아른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내소사는 봄마다 꽃도 앞마당 가득 제대로 피워왔더랬다.
아름드리 홍매화와 벚꽃이 주름잡는 마당
내소사는 633년 백제 시대에 지어질 당시 대소래사와 소소래사로 나눠졌다가, 대소래사는 불타 전소하고 남은 소소래사가 현재의 모습이다. 대웅전은 조선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특히 전면의 ‘꽃살무늬’ 문짝은 공예품으로서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상당하다. 경내에는 수령이 각각 500년,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보리수가 고즈넉함을 더한다. 150여 년 전 삭막한 분위기를 달래려 만들어진 후, 6.25전쟁을 견뎌낸 울창한 전나무 숲은 내소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사철 푸른 전나무가 남부럽지 않아도, 모름지기 꽃을 빼고 말할 수 없는 봄에는 내소사 앞마당이 잠시 주인공 자리를 꿰찬다. 경북 양산시의 통도사에만 유명한 줄 알았던 홍매화가 대웅전 앞에 얼굴을 내밀고, 아름드리 벚꽃도 하늘을 덮을 기세로 피어나기 때문. 대웅전 ‘꽃살무늬’ 문짝을 보고 꽃이 드문 경내를 곱게 장식하려 했나 싶었더니, 봄마다 피는 꽃을 따다 문을 수놓은 것이었다. 홍매화가 짙은 축포를 터뜨리면 내소사의 꽃 대궐이 시작되는 셈이다.
내소사, 화원이야 사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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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는 수선화부터 시작해, 내소사는 화원인지 사찰인지가 헷갈릴 만큼 꽃으로 가득 찬다. 이토록 화려한 봄을 맞는 산사인데 전나무 숲으로만 알려졌던 것이 의아하기도 하다. 이어 노란 산수유도 꽃망울을 터뜨린다. 흰 매화와 진달래도 만나고 모란과 수국, 튤립도 눈에 띈다. 매화가 만개할 때,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나열하고 보니 웬만한 화원을 소개하는 듯 실로 상당한 종류의 꽃이다. 붉고 노랗고 희고 분홍빛까지. 내소사의 꽃밭은 순서대로 만발해 초여름이 될 때까지 화려하기 그지없음에도, 마당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이 꽃들은 불당을 침범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살며시 어우러지고 돋보이게 할 뿐이라 또 한 번 오묘하다
사계절이 녹아드는 내소사의 풍경
앞서 말했듯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내소사는 사계절 내내 때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봄이면 매화, 산수유, 모란, 벚꽃이 줄지어 피는 꽃 대궐이 황홀한 풍경. 여름에는 푸른 전나무 숲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와 울창함이 시원한 휴식처를 만든다. 가을에는 전나무 숲을 넘어서부터 일주문까지 이어진 단풍나무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눈 내린 겨울에는 짙푸른 전나무 가지와 내소사 법당 지붕에 살포시 내려앉은 흰 장식 덕분에 찬 공기도 포근하게 느껴진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전국 5대 사찰로 내소사를 꼽은 이유는, 다름 아닌 주변 산과 사찰 각 요소의 조화가 아름답기 때문. 화려한 봄꽃이 단청도 칠하지 않은 대웅전을 기죽이지 않고 오히려 장식하며 함께 빛나는 것이 바로 그 실례일 터다. 오묘하다 할 수밖에 없는 내소사와 사계절의 조화는 눈으로 보아야 이해하게 되는 조화인 만큼, 언제든 굳이 찾지 않을 이유라곤 없는 귀한 사찰이다.
부안군 내소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곳. 하지만 봄꽃으로 가득 차는 계절만은 놓치지 마세요! 꽃과 내소사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해줄 거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4월 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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