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부산은 바다의 고장인데, 워낙 대도시이다 보니 바닷가 마을 특유의 분위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대신 드넓은 백사장에 청춘 남녀가 해수욕을 즐기고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야경을 만드는 젊음의 바다가 부산. 하지만 부산에도 조용한 항구가 있다. 봄마다 멸치 축제의 열기와 시장상인의 땀이 더해져 색다른 부산을 보여주는 기장군 대변항이다. 마을의 주인공은 역시 멸치로 바다 향과 파도소리 곁에서 먹는 ‘멸치회’는 어김없이 바다 자체의 맛. 진부하지만 그렇게 표현해야만 하는 어촌이 이곳에 있다.
한국 멸치의 절반 이상이 잡히는 대변항
봄마다 멸치 축제가 열리는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장은 1995년 부산 북부에 편입된 부산 유일의 ‘군’으로 멸치와 미역, 다시마가 유명하다. 기장은 어딜 가도 흔히 해산물을 볼 수 있지만, 갓 잡아 펄떡이는 수산 시장과 축제의 진풍경을 보려면 기장읍 대변항으로 가야한다. 대변항 근방의 바다는 플랑크톤이 풍부해 미역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그 맛도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조선 시대부터 대변마을로 불리기 시작해 현재 국내 멸치의 절반 이상이 잡힌다는 이곳은 부산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할 만큼 작은 항구의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해양수산부가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온 국민에게 부산을 각인시킨 영화<친구>촬영지이기도 하다.
꽃 피는 4월의 기장 멸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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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과 야채, 멸치회를 버무려 만든 별미 회무침. 시식을 앞둔 이들의 표정이 밝다.2
기장군 대변항에서 그물을 터는 어부들. 반짝이는 멸치와 더불어 진풍경을 만든다.기장 멸치 축제는 다만 싱싱한 멸치뿐 아니라 어촌의 생활모습, 생생한 즐길거리, 북적이는 손님의 호기심 모두가 살아있는 봄 축제. 먹고 구경하도록 꾸며진 기존의 축제들과는 달리, 찾아온 사람들도 직접 움직이고 느낀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체험행사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멸치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멸치 기네스, 멸치회 비빔밥 만들어보기 등 생소한 프로그램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남쪽의 봄은 4월이면 바닷바람도 포근할 무렵, 멸치회도 꼭 이맘때 먹어야 한다. 생멸치는 비릴 거라는 초보의 식상한 편견은 접어두고 일단 먹어보는 것이 상책, 봄 마다 몰려드는 대변항 인파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통째로 굽고 튀긴 멸치, 숯불 곰장어도 별미다. 항구 주변으로 늘어선 노점상도 하나같이 탐나는 바다 먹거리만 파니, 구경에만 그치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멸치 축제에서 뺄 수 없는 것은 멸치를 후리는 어부들의 모습. 배가 들어오는 자리에 갓 잡아 반짝이는 멸치를 그물에서 힘껏 털어내는 분주함이 하나의 볼거리가 되는 동시에 싱싱함을 증명한다. 그들의 사진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삶과 여행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다운 풍경으로 완성된다.
질 좋은 해산물로 손님 모으는 기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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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항에서 멀지 않은 기장군 시가지에는 또 큰 시장이 하나 있다. 원래는 5일장이었으나 싸고 싱싱한 해산물이 많기로 소문이 나서 상설시장으로 변한 ‘기장시장’이다. 대변항 이외에도 작은 항구들이 많은 기장군의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과,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살 수 있는 곳이라서 규모는 꽤 크지만 정겨운 재래시장이다. 영덕 대게와 러시아, 북한산 대게를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깨끗하게 말린 건어물 앞에도 늘 많은 손님이 몰린다. 손톱만 한 반찬용 작은 멸치, 손가락 굵기의 육수용 멸치 등 보편적인 종류는 물론 다양하고 질 좋은 건어물이 가득하다.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기장 멸치축제에서 멸치회를 구입해 집에서도 즐겨보세요! 초장과 야채를 함께 버무려 먹는 멸치회는 꽤 만들기 쉽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4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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