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천 흐르는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부처님을 맞이하려는 듯 연등이 늘어섰다. 조금은 이른 걸음이라 생각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은 다른 곳도 아닌 선운사를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 극락교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인다. 동백이 피었을까, 아니면 눈앞에 서 있는 시비 속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에서처럼 작년의 언저리에 남겨두고 온 기억만을 더듬고 돌아오게 될까.
가고 싶은 그 절, 선운사
선운사는 가고 싶은 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으레 선운사가 등장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숱한 시인들이 선운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고, 그 아름다움 속에는 어김없이 동백이 등장한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 <선운사 동구>,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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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처럼 조금 이른 걸음을 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웃는 모습을 바라본다. 붉은 빛이 선연한 동백의 모습이 참 곱기도 하다. 다른 봄꽃들이 살랑이며 내리는 가운데, 동백은 어째 뚝뚝 떨어져 내리는 꽃이다. 한 어린 눈물처럼 지는 그 모습이 볼수록 안타깝기도 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고개를 들어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잠시 착각을 하고 말았음을 눈치챈다. 슬픈 꽃을 보러 온 가운데 저리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은, 동백이란 꽃의 아름다움이 슬픔으로도 가려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동백을 보러 가는 길
대웅전 뒤편의 삼인리 동백숲을 보러 가려면 선운사를 지나는 것이 먼저다.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그 숲의 동백은 산불로부터 선운사를 지키기 위해 조성되었다는데, 그 동백숲 덕분인지 정유재란 이후 선운사가 소실되는 일은 없었다고 하니 다행인 일이다.
선운사 곳곳에도 몇 그루의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혹여나 활짝 피었나 반색을 하고 다가서다 덜 여문 꽃송이를 찍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그만두었다. 본래 선운사 자리는 용이 살던 커다란 못이었다 한다. 못이 있던 자리에 선운사를 세운 검단 스님이 절 이름을 선운이라 지었다고 하는데, 이름에 들어 있는 구름은 지혜의 경계를 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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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라보는 동백숲이 마치 선운사를 굽어살피고 있는 지혜의 구름 같은 생각에 그만 웃음이 나고 만다. 붉은 꽃송이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걸음은 너무 이를 수도 있다. 동백이 활짝 핀 선운사. 서정주가 노래했던 그곳,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해마지않는 그곳을 찾아온 걸음이 결코 헛걸음은 아님에 안도하며 여물어가는 동백 꽃송이를 어루만져본다. ‘피어라. 어서 피어라, 춘백(春栢)아. 봄기운이 온 세상에 퍼졌구나.’ 하고 말이다.
동백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선운사. 동백이 만개했을 때의 모습이 궁금하시지 않나요? 선운사의 봄 동백이 활짝 필 그때, 다시 한번 선운사를 찾아보도록 해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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