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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에 피는 고고한 기품, 매화를 찾아서


한반도가 봄꽃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갖은 빛깔의 꽃송이들이 활짝 열리니, 가히 봄. 아름다운 봄이다. 봄꽃이 아름답다는 말에 이견을 제시할 생각은 없으나, 여행자에 따라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꽃도 있게 마련이다. 꽃에도 꽃 나름대로 성격이 있기 때문이리라. 벚꽃이 선사하는 사랑의 설렘, 개나리가 선사하는 화사한 웃음, 철쭉이 선사하는 화려한 빛깔, 그리고 매화가 선사하는 고결한 아름다움. 오늘의 [트래블투데이]는 매화와 함께하는 여행을 소개한다. 다소 서정적인, 감성형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픈 봄꽃이라는 말을 덧붙여 전한다. 

                    
                

매화,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 고고한 기품

매화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옛 문인들과 화가들은 특히 네 가지의 식물을 사랑하여, 이들이 지닌 특징을 덕과 학식을 갖춘 이의 인품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이것이 바로 익히 알려진 사군자, 매화‧난초‧국화‧대나무다. 난초와 국화, 대나무에 대한 사랑이 이전만 못 하다 한들, 매화에 대한 문인들의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눈 덮인 가지에 핀 매화 송이를 찾아 나서는 심매(尋梅)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번 큰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 <일지매>를 기억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조선 시대 비밀스러운 의인인 일지매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었는데, 이 일지매라는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것은 같은 이름의 의적인 중국 명나라 때의 소설 속 주인공이라 한다. 조선 시대의 인물로 각색되며 많은 설정이 변하였으나, 이 인물이 다녀간 자리에 붉은 매화 가지를 남겨 두었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가혹한 정치 속, 매화 한 가지로 상징되는 의인의 존재는 가히 고고하다. 그가 남겨둔 매화 가지처럼 말이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따스한 봄바람으로 바뀌기 이전부터 연한 꽃잎을 내미는 매화. 그 추위를 견뎌내었기 때문에 가장 처음 봄을 알리는 꽃으로써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꽃, 매화를 만나러 가 보자. 매화 향과 함께 하는 여행이 봄에 기품을 더해줄 것이다. 

 

꽃망울 터지는 반가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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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어귀에서 건너다보는 섬진마을의 매화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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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원동매화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매화 향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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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매화나무 아래서 봄을 즐겨보자.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역시 남쪽 섬, 제주의 매화다. 노리매공원과 한림공원,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매화 등이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서귀포시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는 ‘새봄맞이휴애리매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매년 매화의 향연을 선사하고 있다. 새봄맞이휴애리매화축제는 매년 전국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매화 축제이기도 하다. 2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하여 3월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이미 축제가 끝나 있다. 축제가 끝났다고 해서 매화가 모두 지는 것은 아니며, 3월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감귤을 직접 딸 수 있는 체험을 해 볼 수 있으니 늦은 걸음이라도 헛되지는 않을 것.

봄기운이 더해질수록 매화의 향기는 전국으로 번져나간다. 각 지역의 매화축제들이 가진 매력이 각기 다르니 골라 찾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할 것이다. 특히 양산시의 원동매화축제는 낙동강을 끼고 시작된다. 낙동강변의 기찻길을 따라 핀 매화의 이채로운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수려하기로 소문난 원동 지역의 경관을 구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조금 더 은밀하게, 탐매 여행

홍매화는 절로 옛이야기의 한 구절을 상상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일지매라도 된 양 탐매(探梅)를 즐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장소들을 찾아가 보자. 매화가 사군자로 사랑받던 그때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고목들이 있는 장소들이다. 

가장 유명한 매화는 역시 일명 ‘선암매’라 불리는 전남 순천시 선암사의 매화다. 선암사에서는 홍매와 백매, 청매를 고루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가지 가득 붉은 꽃을 피우는 홍매화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탐매 여행 중인 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각황전 돌담길에 서 있는 홍매화는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와 함께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니, 이 앞에서 일지매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순천시의 금둔사에 피어나는 납월매 또한 특별하기 그지없다. 납월이란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12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만큼 빠르게 매화가 핀다는 뜻에서 납월매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금둔사의 매화는 제주 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피는 매화이다.

경남 산청군의 산천재 남명매는 새하얀 빛깔과 아름다운 수형으로 탐매 여행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전남 구례군 화엄사의 각황전 앞에 자리한 화엄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검붉은 색을 가졌다고 알려진 흑매(黑梅)를 피워낸다. 

오래된 매화나무들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둔다면 탐매여행의 좋은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금둔사 매화, 산천재 매화라 부르는 대신 납월매, 남명매와 같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이 고목들이 선조들의 오랜 벗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터이니 정취마저 더해지겠다. 선조들이 사랑했던, 그리고 봄마다 그랬듯이 올봄에도 우리가 사랑할 매화. 먼 친척을 만나듯, 조금은 데면데면한 것처럼 수줍게 매화를 찾아가 보자. 조용한 매화 향이 트래블피플에게 봄소식을 나누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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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매력 넘치는 꽃인 매화. 그 아름다운 향기가 여기까지 전해져오는 것 같은데요? 올봄 꼭 만나보아야 할 꽃 중 하나로 낙점!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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