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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이 따로 없다, 봄기운 가득 머금은 산나물


날씨만 좀 더 풀리면 운동도 하고 나들이도 가고 겨우내 못다 한 야외 활동에 불을 댕기려 했건만, 비로소 봄이 왔는데 몸이 영 시원찮다. 포근한 봄볕 아래 서면 그만 졸음이 쏟아지고 황사 때문에 목도 텁텁해, 왕성하던 겨울 식욕 무색하게 입맛까지 실종된 전형적인 봄 증후군. 우리 몸은 지금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그동안 쌓아온 영양분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봄에는 거의 모든 영양분을 소진한 상태로 몸은 일종의 SOS를 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심하면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으므로, 나이가 들었나, 잠을 잘못 잤나 하는 헛다리는 그만 짚고 제때에 몸을 챙겨 보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지금 바깥은 겨울 땅의 기운을 한껏 보충했다가 움트는 초록 나물들로 가득하다는 소식, 맛있는 처방전을 들고 나가보자.

                    
                
  • 강원도 산에서 나는 곤드레나물 정식. 봄에 기운 없는 몸을 보하기에 산나물만 한 게 없다.

몸은 따뜻한 날씨에 맞게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드는데 영양소가 없으니 힘이 달릴 만도 하다. 약보다 음식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는 허준 선생의 말처럼 계절마다 나는 제철식품이 그때그때 가장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상식. 봄에는 파릇한 이파리만큼 향긋한 냄새가 미각을 자극하는 나물이 으뜸이다. 맛도 맛이지만 봄나물은 비타민이 풍부해 원기를 회복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나물, 곤드레

  • 정선아리랑시장에는 소박한 시골장 냄새가 정겨운 먹거리가 많은데, 그 중에도 말린 곤드레는 인기 만점이다.

강원도 산밭에서 나는 ‘곤드레’는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이 없는 나물로, 섬유소가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또,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다른 산나물과 달리 맵고 쏘는 맛이 없어,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기 때문에 보릿고개 시절 쌀이 떨어져 가면 곤드레를 섞어 지은 밥을 주식으로 먹기 시작한 데서 곤드레밥이 탄생했다.
 
곤드레는 곤드레밥이 강원도 정선, 평창의 건강한 별미로 인기를 끌면서 그 지역 특산물로 떠올랐는데, 원래는 전국에서 자생하는 데다 그 무난한 맛 때문에 우리 민족이 가난을 견디기 위해 많이 먹던 나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금도 곤드레의 부드러운 맛과 식감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힘든 시절을 대변하는 나물이지만 강원도 사람들은 곤드레를 먹지 않고선 강원도의 참맛을 모른다고도 한다. 실제로 요즘 강원도의 대표 나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곤드레의 인기는 전국 각지에서 정선아리랑시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증명한다.

정선아리랑시장이 강원도 인심과 좋은 먹거리로 풍성한 곳일 뿐 아니라, 산지에서 바로 사 오는 즐거움, 그 고장 사람의 손맛이 담긴 음식, 강원도 신선한 공기를 만나는 봄 마실로 제격인 까닭도 있다. 더구나 얼마 전 개통한 서울에서 정선 아우라지에 이르는 아리랑 관광 열차(A-train) 덕분에. 올해는 봄맞이 곤드레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 한결 가까워졌으니 주말에는 장터에 몸보신을 하러 가도 좋겠다.

 

곰취 향기에 취하면 젊어지려나

  • 강원도 인제 진동계곡산나물축제에 손을 보태는 소녀들. 손에 든 봄나물처럼 싱그러운 미소다.

둥근 잎이 곰 발바닥을 닮아서 혹은, 동면에서 깬 곰이 가장 먼저 먹는 풀이라서 ‘곰취’라 불리는 이 나물은 주로 해발 500m 이상의 고산에서만 자란다.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이 아주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고 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양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산나물의 제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곰취는 산나물이지만 여린 잎은 생으로 쌈을 싸먹기 좋다. 알싸한 곰취 향이 고기와 어우러지면 입맛을 붙잡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데, 코끝에 그 여운이 다 먹고 난 후에도 향긋하게 남아 또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잎이 조금 억세진 후에 채취한 곰취는 말려서 이듬해 먹는 묵나물과 장아찌로 먹는다. 곰취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는 높은 산에 올라가기만 하면 곰취가 지천이라 ‘산이 밭이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 봄이면 인제 진동마을에서 산나물 축제를 여는데, 여러 나물 중에서도 갓 채취한 싱싱한 곰취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강원도 산촌의 봄은 자연 그대로의 싱그러움이 있는 데다, 생나물 말고도 초록빛 곰취 찐빵을 비롯한 별미들이 식욕을 돋게 하므로 꼭 한 번 가볼 만 한 길이 되겠다.

 

두릅, 쓸수록 몸에 좋다는 말이 딱 맞네

  • 전라남도 여수에서 땅두릅을 캐는 모습. 충청도 이남에는 땅두릅이, 강원도에는 두릅나무가 많다.

얼핏 나뭇가지처럼 생긴 두릅은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을 가지고 있어 쓴맛을 가진 나물로, ‘봄 두릅은 금, 가을 두릅은 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몸을 보하는 데 좋다고 알려졌다. 쓴맛 때문에 성질이 강할 것 같아도, 순하고 독성도 없단다. 특히 봄 두릅은 단백질과 비타민, 섬유질을 두루 함유하고 있어 여성에게 좋으며,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피로를 풀어준다.
 
이제 막 거창한 보양식에 대한 설명이라도 한 듯 두릅의 효능은 대단하다. 실제로 약용으로도 쓰였다고 하니 쌉싸름한 맛을 감수하고 약처럼 몸을 위해 먹어도 좋겠다. 자생하는 두릅은 5월이 돼야 고개를 내밀지만, 요즘은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 이름 봄부터 나오고 전국 곳곳 산나물 축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린 순을 데쳐 초장을 곁들이면 봄 입맛을 불어오는 향긋한 별미가 완성되고 아이들은 고소함을 더한 두릅 튀김도 좋아한다.

 

묵은 나물과는 다른 맛, 봄 고사리

고사리는 꼭 봄이 아니어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물이지만 어린 순이 올라오는 봄에 제대로 된 맛과 영양을 얻을 수 있다.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갈색 고사리는 건조 고사리로 오래 두고 먹기에 좋고, 쫄깃한 식감도 있지만, 생고사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생고사리는 묵은 고사리보다 떫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게 고사리 본연의 맛으로 쌉싸름함과 미끈함이 특징이다. 맛뿐만 아니라 생고사리는 말린 고사리에 비해 손실되지 않은 영양분의 함량이 높아 먹어본 이들은 특히 찾아 먹는 봄나물이다. 단, 생고사리는 독성이 있어 먹기 전에 충분히 물에 씻어 데쳐 먹어야 하며, 데치고 나면 특유의 쌉싸름한 맛도 줄어들어 먹기 편해진다. 주로 부드럽게 익혀 볶거나 데쳐 먹는다.
 
이제 곧 꽃이 필 시기, 몸을 보해 나들이 다닐 기운을 확보해야 한다. 사방이 꽃 대궐 되기 전에 봄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보약보다 좋다는 제철 음식으로 기운 회복할 것을 권한다. 그중에 맛도 영양도 봄기운을 입안 가득 머금게 하는 봄나물이 얼마나 좋은 먹거리인지는 [트래블투데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해졌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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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증후군 춘곤증, 파릇파릇 산나물 정식을 즐겨보세요. 씩씩한 봄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4년 03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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