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는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 자치도 차원에서도 최우수 축제로 뽑혔다. 제주시가 올 정월 대보름에도 한바탕 불놀이를 벌인다고 하니 가보지 않을 수 없겠다. 휘영청 밝은 정월 보름달 아래로 제주의 오름 하나가 통째로 타오르는 모양을 보면 올 한 해 액땜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맘 편히 시원스레 번져가는 불길을 볼 수 있는 곳, 제주들불축제에 대보름 밤을 맡겨보자.
왜 불을 붙이기 시작했을까?
잠시 제주의 옛 모습을 떠올려 봐야겠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제주 농가는 집마다 몇 마리씩 소를 길렀다. 이는 밭일과 수확물 운반 등의 노동력 때문이었는데, 일이 없는 농한기에는 동네 소를 모아 들에 풀어두고 풀을 먹였다. 돌아가면서 쉐테우리(‘소몰이꾼’의 제주 방언)를 맡으면, 소를 데리고 좋은 풀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려면 들판에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야 소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 풀이 날 수 있도록 늦은 겨울과 경칩 사이에 마을별로 들에 불을 놓기 시작했다. 이 일을 두고 방애라고 부른다. 액을 막는 행위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당시 방애를 할 때면 그 일대 사방이 불에 타는 것처럼 장관인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선대의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게 재구성한 것이 바로 제주들불축제다. 이 축제는 1997년 태생으로 꽤 나이가 많다. 첫 회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매년 정월 대보름 전후로 열리고 있다. 장소가 ‘새별오름’으로 고정된 것은 4회 때부터로 축제 기간도 이전보다 늘어났다.
활활 타올라라 새별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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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은 이름 그대로 샛별을 닮았다. 멀리서 보면 둥근 듯하지만, 실제로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별처럼 모여 있는 자태로 허허벌판에 홀로 솟아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고려 최영 장군이 몽골 세력을 토벌한 전적지라는 의미도 있는 이 오름은, 높이 500m가 넘는 정상에 오르면 멀리 비양도와 한라산을 내려다볼 수 있다. 축제 때는 이 거대한 오름 전체가 불에 타면서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장관을 만들어 낸다.
축제 일정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꽉 들어차 있다. 첫째 날에는 '들불 희망이 샘솟는 날'로 문화예술한마당과 샘샘샘 콘서트가 개최된다. 둘째 날은 '들불 희망이 영그는 날'로 들불희망기원제와 집줄놓기 경연 등이 주요 일정이다. 횃불 대행진과 희망 달집태우기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다. 셋째 날은 '들불 희망이 번지는 날'이며 마상마예공연과 대형 달집 점화, 희망 대동놀이, 레이져 쇼 등이 펼쳐진다. 마지막 넷째 날은 '들불 희망을 나누는 날'로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와 제주푸드페스티벌, 들불과 함께 하는 젊음의 축제 등이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사흘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축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시원한 불구경 선사하는 고마운 축제
언제 이렇게 커다란 불길을 마음 놓고 볼 기회가 있을까.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을 거대한 불구경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앞으로의 안녕을 기원한다. 분명히 뜨거운 불길일 텐데 시원하게 타들어 간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 이처럼 불을 태우며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앴던 조상들처럼, 우리도 불길을 보면서 가슴 속 묵은 걱정을 없애고 새 풀이 돋아날 땅을 닦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해를 거듭한 만큼 축제도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주요 행사들은 외국인 전용 코너도 따로 만들어 두었다. 실제로 제주들불축제는 초기부터 불놀이 축제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제주 목축문화와 동시에 정월 대보름을 제주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제주들불축제. 올해 정월 대보름에는 거대한 불길을 찾아 기도해 보자. 새별오름에 방애의 불길이 타오르고 또 새 풀이 돋아나는 시간까지 오래 남을 기억이 될 테니까.
멀리멀리 번져가는 새별오름을 보면 실제로 빛나는 샛별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샛별에 담은 한 해는 더 특별하지 않을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3월 0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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