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레스토랑 민가다헌은 개량 한옥으로 내부는 서양식인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닦아온 낙원, 인사, 관훈동 일대는 도심 속에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지만, 관광지이기 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무대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거리에는 손님과 주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섞여 있다. 이 동네의 맛도 그렇다. 정갈한 한정식에서 기본적인 백반집, 재미있는 길거리 간식까지 맛도 세월과 유행 따라 흘러왔다. 오랜 세월 지켜온 솜씨의 맛과 시대에 따라 입맛 잡는 새 명물들, 전통의 거리에 소문난 맛을 찾아가 봤다.
밥이 맛있어야 진짜 백반, 낙원시장 ‘일미식당’
일미식당은 이미 유명세가 상당한 집이다. 맛에 엄격하기로 소문난 요리사 레이먼 킴의 단골집, 먹거리 검증 프로그램의 이영돈 PD가 착한 식당으로 뽑았기에 이보다 더 신뢰 가는 보증은 없다. 백반집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별나겠냐 한다면, 사실 유별난 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이 집은 포슬포슬 밥알이 살아있는 밥 한 공기가 명품인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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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시장에 있는 일미식당은 TV 맛집 검증 프로그램에서 '착한식당 1호점'으로 인정받은 곳.2
일미식당에는 대형 밥솥 세 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밥맛의 비결이다.낙원 상가에서 양장점, 식당, 악기점 등 여러 장사를 했던 여주인이 지하 시장에 차린 일미식당은 올해로 15년이 됐다. 주력인 청국장 백반은 소박한 6첩 반상인데, 특이한 점은 탁자 6개를 겨우 맞춰 넣은 작은 식당임에도 업소용 커다란 밥통 세 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는 것. 그 이유는 반찬이 다 깔리고 청국장과 함께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는 밥이 설명해 준다. 눌러 담아 공깃밥이 아니라 갓 지어 구름처럼 살살 퍼주는 밥에서 김이 번지면 젓가락으로 깨작거릴 생각은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한가득 숟가락을 채워 뜨게 된다. 짜지 않은 청국장은 콩 낱알이 살아있어 식감이 좋고 구수하다.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상차림에도 너나 할 것 없이 뚝딱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일어서는 곳. 잘 지은 ‘집밥’을 먹으러 오는 곳이다.
청국장 백반, 소박한 찬이지만 살아있는 밥과 청국장이 일품이다.
점심시간에는 당연히 줄을 서야 하고 혼자 오는 이가 많아 합석이 기본이지만, 그조차 정겨움으로 느껴진다. 밥양이 많지 않은 필자도 한 어르신과 마주 앉아 거뜬히 그릇을 비웠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단위 손님부터 외국인까지 어울려 우리 밥을 먹는 모습과 효율보다 정성스런 밥 한 그릇을 지키려는 마음이 찾는 이들을 배부르게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개발 순위에서 밀려난 낙원 지하시장 형편이 좋지 않아 주변 상인들 모두가 걱정이란다. 그러고 보니 60년대 엄청난 번화가였던 이곳이 지금은 일미 식당을 제외하면 지나치게 한가로운 모습이다. 맛있는 밥 한 끼 후엔 질 좋은 채소와 생선, 고기가 있는 실내 시장구경으로 부른 배를 달래봐도 좋겠다.
인사동 굵직한 음식점들이 풍기는 전통의 냄새
경운동 민병규 가옥을 개조한 퓨전 레스토랑 민가다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식당도 맛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들에게는 고민 없이, 인사동 한정식집을 권한다. 특히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손님을 맞아온 식당들은 정갈한 음식도 음식이지만 분위기에서부터 한국이 물씬 느껴진다.
인사동 민가다헌은 명성황후의 후손인 민병규 가옥을 서울시 후원으로 개조해 만든 동서양 퓨전 레스토랑이다. 외부는 보통 한옥으로 보이지만 1930년대에 이미 내부 화장실, 목욕탕을 설치한 개량한옥이다. 외국인들에게도 부담 없는 퓨전 한식 메뉴와 각 나라의 다양한 술을 곁들일 수 있다. 서양식 가구와 한옥의 아름다움이 잘 맞아떨어지도록 꾸민 내부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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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는 100년 된 한옥 건물로 전통의 분위기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2
산촌은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던 사찰음식 전문점이다.이 밖에도 100년 넘은 한옥을 개조한 전통음식점 <두레>는 밀양에서 시작해 2대째 내려온 50년 전통 손맛을, 뉴욕 타임즈에 소개된 서울 최초의 사찰음식점 <산촌>은 저녁엔 공연도 즐길 수있다. 창가에서 만두를 빚는 분주한 손길을 직접 볼 수 있는 개성만두집 <궁>은 75년째 이어져 온 또 하나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사동 거리에는 전통을 이어가는 굵직한 음식점이 많아 좁은 골목마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좋은 음식을 대접받는 분위기가 맛도 한층 돋운다.
길거리 간식, 구경 더 즐겁게 하는 감초
‘밥은 밥이고 간식은 간식이다’하는 참새들은 특히 인사동 근방에서는 꽤 고민스러울 법하다. 기발한 길거리 간식이 많기로 소문난 거리가 인사동이기 때문. 먼저, 인사동에 가면 떠오르는 해야 할 일(To-do list) 중에 꼭 있는 게 바로 길 초입에 있는 호떡이다. 언제부턴가 인사동 호떡은 유명인사가 됐다. 일반 호떡보다 작지만 두툼하고 튀김처럼 바삭한 것이 특징으로, 긴 줄에 동참해 하나를 받아든 뒤 천천히 인사동을 구경하는 게 정석 코스다.
호떡을 잇는 후발주자들도 뒤지지 않는다. 꿀과 찹쌀을 섞은 반죽은 얇은 가닥으로 말아 만드는 꿀타래는 인사동 명물이 된 지 오래고 지팡이 모양 뻥튀기에 채워 넣은 아이스크림, 캐릭터 모양으로 구운 빵, 고로케, 문어 꼬치 등이 고소한 냄새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발길을 모은다. 그중 한입 크기 떡을 파는 집, 전통차를 종이컵에 간편하게 사 마실 수 있는 아이디어는 유난히 반갑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의 거리에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다. 길거리 간식도 전통 색을 입으니 구경길 감초역할을 더욱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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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차를 간단히 길에서 사 먹을 수 있다니 기발하다.2
한입 거리로 포장한 떡, 보기도 좋고 맛은 더욱 좋다.유행에 민감해 시시각각 변하는 가벼운 먹거리들부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손맛을 익혀온 전통음식들까지 낙원동, 인사동에는 다양한 맛이 있다. 맛의 무게와 깊이를 떠나 여행길 허기를 채우는 음식 하나로도 여행지의 인상, 결국은 한국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을 테니 인사동의 맛이라는 자부심 가진 여러 먹거리가 사랑받고 지켜지기를 바란다.
1. 일미식당 청국장은 냄새가 적어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 하며, 2시 이후에 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2. 일미식당에서 또 하나 알아두기. 밥을 좀 많이 달라고 해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
3. 민가다헌은 겉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서양식. 음식도 퓨전이라 반전의 매력이 있다.
4. 사찰 음식점 ‘산촌’은 저녁에 공연을 할 때가 있으니, 미리 문의하면 좋다.
5. 인사동 사거리 낙원떡집 분점에서 한입 크기 간식 떡을 판다. 맛은 보장, 종류도 상당하다.
밥이 정말 맛있는 백반, 분위기만 먹어도 배부른 한정식, 가볍게 즐기는 한입 음식들, 행복한 고민이 끊이지 않겠어요!
글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5년 02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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