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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서촌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통의동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의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서촌 한옥마을’이라니 들어본 기억이 없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권 세력의 거주지였던 북촌 한옥마을에는 연중 내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의관이나 역관 등 주로 중인이 모여 살았던 서촌 한옥마을에는 관광객은커녕 인적조차 드물다. 북촌 한옥마을에 남아 있는 800여 채의 한옥들은 보기 좋게 정돈된 반면, 서촌에 남아 있는 600여 채의 한옥 대부분은 관리가 허술한 채로 외양만을 유지하고 있다. 북촌의 한옥들이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면, 서촌의 한옥들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래서 다소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왠지 더욱 정감이 간다.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곳, 막다른 길인 줄 알고 가면 또 다른 길이 이어지는 곳.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을 쏙 빼닮은 그곳 ‘서촌 한옥마을’로 떠나보자. 

                    
                

조선시대 골목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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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의동 한옥마을은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맞은편의 골목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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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의동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미로같은 길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18세기 한양의 모습이 담긴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를 보면, 서촌의 골목은 조선시대 때와 비교해 거의 변한 점이 없다. 1980년대 들어 새롭게 난 효자로, 자하문로, 필운대로 등 세 개 대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대로다. 그래서 서촌의 골목들은 하나같이 좁고 미로 같은 형태다. 한 골목에 들어가면, 짧게 이어진 길이 예닐곱 번 꺾이기 일쑤다. 그런데도 참 신기하다. 그 복잡한 길들이 결국엔 모두 하나로 이어지니 말이다.
 
통의동 한옥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을 지나야 한다. 지하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나와 효자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영추문 맞은편으로 몇몇 골목의 입구가 보인다. 이때 효자로를 따라 앞만 보고 걷다가는 통의동 한옥마을을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다. 한옥마을이라는 표지석이나 안내판 같은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몇몇 골목들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영추문 맞은편에 난 골목이라면 어느 곳이어도 좋다. 우선 골목의 틈으로 건물의 지붕 쪽을 살핀다. 그중 기와지붕이 언뜻 보이는 골목을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리로 들어선다. 그렇게 한번 한옥마을에 입성하고 나면, 다음은 끝없이 펼쳐진 한옥 미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새로운 길인 줄 알았더니 왔던 길이라거나, 막다른 길인 줄 알았더니 또 다른 길이 이어지는 일이 수차례 반복된다. 통의동 한옥마을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 같은 친절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모든 건 여행자의 몫이다. 

 

우리 전통 한옥 아닌 개량 한옥

  • 통의동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 대부분은 일제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이다. 

통의동 한옥마을에 위치한 600여 채 한옥 대부분은 1910년대 이후 일제의 주택 계획에 의해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이다. 때문에 우리 고유의 전통 한옥은 모두 헐렸고, 거의 획일적인 구조의 한옥만 남게 됐다. 통의동은 아니지만 같은 서촌에 위치한 시인 이상의 옛집도 1933년 주택 업자에게 팔린 뒤 140여 평의 집이 5개 구획으로 나뉜 개량 한옥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전통 한옥으로서 보존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10여 년 전 이 일대를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마침 전국적으로 한옥 열풍이 불 때여서 한옥을 사려는 사람들과 투기 세력이 몰려 땅 값이 두 세 배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정부의 한옥 보전 정책이 발표됐다. 2010년에는 구체적인 한옥 보전 지구가 발표됐는데, 통의동도 그중 한 곳이었다. 당시 정부의 발표를 두고 찬반이 나뉘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전을 하게 됐다.

 

조선시대 골목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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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의동 한옥마을에서는 기와지붕에 함석을 덧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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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몇 한옥은 반은 양식 건물처럼 변했다.

통의동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들은 비록 개량한옥이어서 그 가치가 덜하다 할지라도, 전주 한옥마을이나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날것으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잘 보전된 전통 한옥에서의 경외심은 느낄 수 없지만, 오랫동안 대를 이어 이곳에서 살아왔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세월의 더께가 골목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기와지붕 위에는 새롭게 함석이나 슬레이트가 덧대어 졌고, 담장의 회칠은 벗겨지거나 색을 잃었다. 몇몇 한옥들은 반쯤 양식으로 변한 채 붙어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한옥마을보다 더욱 정감이 가는 이유는 화려한 면면보다는 거친 모습이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통의동 한옥마을이 여타 한옥마을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인적이다. 관광객들로 들끓는 북촌과 전주 한옥마을과는 달리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집 쪽에서 나는 음식 냄새와 TV 소리에 ‘그래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하고 짐작할 뿐이다.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 만큼 조용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미로, 새로운 느낌의 한옥마을을 경험하고 싶다면 통의동 한옥마을로 떠나보자. 

 

1. 통의동 한옥마을에 있는 한옥들은 양식과 결합된 개량한옥이 많다는 점을 알려주세요!
2. 통의동 한옥마을 인근에는 천연기념물이었던 ‘통의동 백송 터’가 남아있으니 함께 소개해주세요.
3. 통의동 한옥마을에는 한옥을 개조해 만든 갤러리, 음식점, 카페 등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외국인 친구와 함께 찾아보세요!
4. 통의동 한옥마을에 있는 집에는 대부분 사람이 살고 있어요. 조용한 여행을 해주세요!
5. 북촌 한옥마을을 먼저 들러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서촌의 한옥들은 북촌에 비해 관리가 허술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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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촌의 한옥들은 북촌에 비해 관리가 허술한 것이 많다.
  • 통의동 한옥마을 골목에 재치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 한옥을 개조한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 낡은 한옥을 보수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 왼편의 현대식 건물과 오른편의 한옥이 대조를 이룬다.
  • 천연기념물이었던 통의동 백송은 1993년 태풍으로 고사하여 둥치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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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한옥마을은 그동안 봐왔던 한옥마을들과 자못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개량 한옥이 지닌 또 다른 멋을 느껴보세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12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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