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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굴러떨어지지 않는다, 설악산 흔들바위


김수영의 시 <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이는 가장 먼저 눕는 이가 결국은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맑은 정신을 찾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여본다. 문득, 빨리 눕지만 그만큼 빨리 일어나는 풀처럼 자주 흔들려도 절대 굴러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설악산의 바위 하나가 떠올랐다.

                    
                

영동의 터줏대감, 기운찬 설악산  

 
  • 신흥사로 들어서는 일주문. 울창한 숲이 먼저 반겨준다.

강원도 인제, 양양, 속초에 걸쳐, 동해를 벗하고 1,708m 높이의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설악산. 대관령을 기준으로 강원도 동쪽, 영동지방을 대표하는 터줏대감으로, 온 국민이 오랫동안 사랑해 온 한국의 명산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고 명승이 많은 까닭에 설악산을 자주 금강산에 견주기도 하며, 그 절경을 보기 위해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은 제주와 경주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과거에는 수학여행 1등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했다.

설악산에 오는 목적은 다채롭다. 단순히 운동부터 출사, 등산, 단풍놀이, 눈꽃놀이까지 가지각색. 그중 등산과 더불어 기도를 드리러 오는 사람도 많다. 설악산에는 백담사, 신흥사, 봉정암, 오세암 등 유명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데, 특히 신흥사는 설악산 입구에서 평지로 금방 닿을 수 있어서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

 

기도를 되새기며, 신흥사에서 흔들바위로

 
  • 신흥사 통일대불, 지하로 법당에 들어서는 것은 석가모니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신흥사는 신라시대에 본래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사찰이나 두 차례 화재로 소실된 후 그 뜻을 이어 지금의 터로 옮겨 재건했다. 이후 조계종 본사로 승격, 활발한 포교활동으로 영동지역의 중심 사찰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신흥사를 향해 외설악 입구인 설악동 소공원을 떠나면, 금세 숲이 울창해지고 웅장한 신흥사 일주문이 나온다. 사찰의 경계를 뜻하는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계 최대 높이 14m에 달하는 통일대불. 이는 통일 기원의 뜻을 담은 청동 석가모니 상으로 신흥사의 상징 격이다. 대불의 몸 안으로 난 계단을 통해 지하법당으로 내려가 기도를 올릴 수 있다. 꼭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경건하게 손을 모으게 되는 공간이다.

통일대불을 지나쳐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신흥사 경내에서 보제루, 범종루, 극락보전 등 건축미가 남다른 법당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본전인 극락보전은 푸른 기와의 팔작지붕, 다양한 단청문양을 보느라 한참을 서있을 만큼 수려하다신흥사 경내에서는 눈과 마음이 여유롭게 호강을 한다. 통일대불에서 모았던 기도를 되새기며 돌아 나와 흔들바위로 가는 길에 오른다.

 

흔들려도 굴러떨어지지는 않는 신기한 바위

 
  • 계조암 앞 넓고 평평함 와우암이 있고 그 위에 흔들바위가 건재하게 올라 앉아있다.

흔들바위가 있는 계조암까지는 멀지 않다. 한 시간이면 족히 닿을 수 있고 난이도도 쉬운 편. 쉬엄쉬엄 나무의 숨결을 느끼면서 올라가면 쓸 데 없이 시간을 죽일 때보다 훨씬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 계조암은 의상, 원효대사가 머물며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암자로 그 앞에 누운 소 모양의 넓고 평평한 와우암(臥牛岩), 혹은 100명도 식사할 수 있는 바위라서 식당암(食堂岩)이라고 불리는 반석이 있다. 그 위에 얹혀 있는 것이 흔들바위. 90년 대 까지 수학여행 사진 속에 꼭 등장하던 바로 그 것이다

흔들바위는 실제로 혼자 흔들리지는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지만, 더 많은 이가 밀어도 그와 똑같이 흔들릴 뿐이라서 붙여진 이름. 아래 누운 소 모양 반석의 머리 부분에 있다고 우각석(牛角石)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2개의 뿔처럼 와우암 위에 바위 하나가 더 있었는데 풍수지리적으로 기운이 지나치게 왕성해 누군가 굴러떨어뜨렸다고도 한다.

흔들바위는 크고 웅장한 명소는 아니지만 지나면서 누구든 한 번씩 흔들어 보고 지나가는 설악산의 유명인사다어릴 때 왔던 흔들바위를 오랜만에 다시 찾으면 기억보다 훨씬 작아진 모습에 의아하지만그 사이 수없이 흔들렸던 흔들바위만큼이나 자신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이만큼 자랐다는 의미로 다가온다바위를 또 한 번 밀어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그 한결같은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혹여 바람에 흔들리는 날에도굴러떨어지지 않고 먼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긴다. 30분 정도의 하산 후 외설악 입구를 나서는 기분이 꽤 맑다고 느낀다면기운 왕성한 흔들바위가 준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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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사람들마다 흔들어보고 가는  흔들바위. 인터넷에는 흔들바위가 굴러떨어졌다는 헛소문이 퍼지기도 했다네요.  믿고 계신 분들 있나요? 흔들바위는 무사히 그 자리에 흔들리고만 있으니 안심하고 찾아가셔도 된답니다!

트래블투데이 황은비 취재기자

발행2016년 01월 1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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