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인사말이 쓰여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금세 꽃이 피었다.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일까. 아슬아슬하게 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린 배롱나무가 위태롭게 서 있다. 제법 센 바람에도 큰 흔들림이 없는 것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나 싶다. 배롱나무는 화개산자락 개실마을의 자랑이자 개실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운치 있는 추우재의 자랑이기도 하다. 화개산을 배경으로 매화와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 아름다운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 이 마을에는 조선 영남 사림학파의 종조(宗祖)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 60여 가구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3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추우재가 있는 개실마을에서는 널뛰기, 윷놀이 등 한국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개실마을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만든 집성촌이다.
추우재는 김종직의 학덕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학당으로 마을의 중심 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낡은 비석 2개가 세워져 있는 건물 도연재를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김종직 선생의 과업을 기리려 지방 유림들이 건립한 강학소다. 도연재 옆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가면 돌담길이 이어지고 전통혼례체험장이자 한옥 민박으로 활용되는 화산재가 눈에 들어온다.
화산재를 지나면서 산자락을 향해 길이 꺾어지는데, 이 길을 따라가다 야트막한 언덕길로 올라서면 맨 끝 산비탈에 사당처럼 생긴 집 한 채를 볼 수 있다. 바로 추우재다. 1912년에 지어진 추우재는 전통한옥이 많은 개실마을에서도 꽤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정면 3칸의 팔작지붕을 이고 있는 아담한 건물이다. 왼쪽 한 칸에는 대청마루를 들이고 오른쪽 두 칸을 터서 큰 방으로 사용한다. 크진 않지만 일가족이 머물기엔 부족함이 없다.
추우재와 첫 대면을 하면 대부분 그 깔끔한 외형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유서 깊은 전통마을의 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택이지만 잘 관리한 덕에 한옥이 가진 멋들어진 선과 색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다. 특히나 오래된 고택은 색이 점점 검게 변하고 반질반질해지는 것이 당연한데 추우재는 어쩐지 나무 본연의 색이 강하다. 이는 나무를 한 꺼풀 벗겨내서 제 색을 내는 것이라 한다.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자신의 색을 드러낼 추우재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산자락을 향해 이어진 흙길과 담장이 조화롭다.
둥근기둥이 박힌 대청마루에 앉으면 마당 한편에 심긴 커다란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담장 너머로는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곳곳에 자리한 한옥들의 지붕들이며 정갈하게 단장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추우재 담장 너머에는 황토로 별채를 따로 두어 민박으로 사용하는데, 주방시설과 화장실이 딸린 원룸형 방이다. 별채는 외관이 더없이 깔끔한 아담한 한옥이다. 너무 세련되어 옛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이 별채마저도 담장 너머의 고택이며 문 앞에 놓인 흰 고무신, 뒤에 곧게 뻗어 있는 대숲 따위로 옛것의 일부로 동화한다.
고택 옆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뒤로는 대나무 숲과 송림이 자리하고 있다. 고택이 산과 닿아 있어 사계절의 풍경을 눈에 담기 편하다. 산을 타지 않아도 산의 미색을 찬찬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름에 오면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심신에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겨울엔 왠지 스산하게 느껴질 것도 같은데 계절마다 제 나름의 정감이 있는 전통마을에 자리하여서 그런지 겨울에도 운치가 있다. 눈이라도 올 때면 흰 눈 내려앉은 고택 뒤에서 유독 푸른 제 몸통으로 송림과 함께 고요한 겨울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고택이 자리한 개실마을에서는 한옥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고택이 자리한 개실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강학당인 도연재에서는 마루에 앉아 마을 훈장으로부터 전통예절문화를 배울 수 있으며 한과, 엿 등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널뛰기, 그네타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까지 체험할 수 있다. 고택이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자리하여 겨울에는 지독한 한기가 느껴질 법하다. 허나 잘 정돈되어 빈틈없어 보이는 방에 아궁이와 더불어 보일러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제법 든든하다. 사실 등 따숩고 폭신폭신한 이불 있으면 어디서든 괜찮다.
전원이 그리워 고택에 머물고자 이곳을 찾았다면 이왕이면 아궁이를 쓰는 것으로.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나무 타는 냄새, 흙내음 나는 고택의 향기를 즐기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며 열을 내뿜는 장작, 매캐한 연기마저도 지난 시절의 추억인 듯하여 싫지 않을 것이다. 이왕지사 전원에 머물기로 하였으니 고택을 옛것들을 최대한 즐기자.
*주변관광지
대가야박물관
고령지역 및 사적 제79호인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대가야시대 유물을 중심으로 300여 점의 유물을 전시,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순장묘인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하여 당시 무덤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산림녹화기념숲
과거 낙동강 대홍수로 인해 황폐해진 땅에 주민 모두가 합심하여 사방 사업 3만 4000㏊, 토사 방지 수종 4,100만 본을 심어 황폐지 녹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지난 세기 식민지 수탈과 전쟁으로 황폐하였던 산림을 푸른 숲으로 가꾼 산림녹화사업의 업적을 기념하고, 숲의 혜택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목원이다.
지산리고분군
경상북도 고령군 고령읍 지산리에 있는 대가야시대의 고분군이다. 이곳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서기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왕릉인 지산리44호와 45호 무덤을 비롯하여, 주변에 왕족과 귀족들의 무덤이라고 생각되는 크고 작은 200여 기의 무덤이 분포하고 있다.
추우재가 있는 개실마을에서는 한옥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3월 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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