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설날과 더불어 연휴도 함께 찾아왔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지를 만나 즐겁게 지낼 생각에 벌써 마음이 들뜬다. 차례를 지낸 뒤에는 무얼 하는 게 좋을까, 벌써 고민이다.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집에서 TV 리모컨만 붙들고 날려버리기엔 아무래도 아깝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혹독한 한겨울 추위가 두렵다. 따뜻하면서도 특별한 설 명절을 보내고 싶은 당신에게, [트래블투데이]에서 몸과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곳’들을 추천한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온돌 체험
어린 시절 온돌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지금처럼 전자레인지가 상용화되지 않았을 무렵, 아랫목은 음식을 보온하는 일종의 난장고(暖藏庫) 역할을 해왔다. 밥이 식지 않도록 이불 밑에 넣어두기도 했고, 감의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 데우기도 했다. 또, 친구들과 삼삼오오 한 이불을 덮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던 기억도 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향수 때문일까, 추운 겨울이 되면 더더욱 뜨끈한 아랫목 생각이 간절해진다.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때 방바닥 온도를 높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법이다. 우리말로는 ‘구들’이라고 하는데, 이 구들은 ‘구운 돌’을 뜻한다. 그러니까 온돌은 구운 돌로 방바닥을 데우는 온방법인 셈이다. 이렇게 바닥을 데워 방을 따뜻하게 하는 온돌은 사람의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되, 머리는 차갑게 해주기 때문에 건강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인 설날에 우리 고유의 난방 방식인 온돌을 체험해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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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조선 시대 궁궐인 경복궁에서는 매년 설 연휴 때마다 온돌 체험과 세배드리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때는 고종황제의 집무공간이던 함화당과 집경당 등이 관람객에게 개방된다. 관람객들은 장작 대신 숯을 이용해 따뜻하게 데운 온돌방에서 세배를 드리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훈훈하고 아늑한 궁궐의 온돌방에서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는 경험은 또 다른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한편, 꼭 경복궁이 아니더라도 전통 고택, 한옥 숙박시설 등에서 온돌 체험을 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80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해 있기로 유명한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전통 고택, 게스트하우스, 민박 등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에서 온돌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청정 자연과 어우러진 전남 영암의 영산재와 아름다운 여수의 바다를 끼고 있는 오동재 등 전통 한옥 양식을 취한 한옥 호텔에서도 온돌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우리 동네 골목
길 막히는 설 연휴, 멀리 나가는 것이 두렵다면 우리 동네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유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동네의 골목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여행지다. 수도권에서 옛 골목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세종마을’에 둘러보길 권한다. 경복궁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촌’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는 효자동, 통인동, 옥인동, 체부동 등이 밀집해 있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눈에 띄게 현대식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긴 했지만,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좁은 골목길은 여전히 그대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는 ‘대오서점’, 그리고 시인 이상과 윤동주의 흔적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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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짬을 내 서울 근교까지 갈 수 있다면, 인천 중구 일대를 둘러보길 권한다. 인천은 전철을 이용해 갈 수 있어 교통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인천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도시다. 특히, 100여 년 전 개항기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개항장 문화지구에서는 박물관, 갤러리 등으로 변모한 근대건축물과 일본식 가옥, 답동성당 등을 마주할 수 있다.
광주에서는 광주 최초로 서양의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남구의 양림동 일대가 골목을 탐방하기에 제격이다. 양림동 골목에는 당시의 기독교 문화유산과 전통 문화유산 등이 잘 보존돼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광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인 우일선선교사사택을 비롯하여 수령 400년이 넘는 호랑가시나무, 수피아여고에서 가장 오래된 수피아홀, 이장우 가옥과 최승효 가옥 등이 모두 지척에 있다.
부산에서 옛 향수를 떠올리기에는 중앙동만 한 곳이 없다. 한국전쟁 당시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긴 40계단 길 곳곳에는 여전히 오래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상점과 주택 등이 남아 있다. 좁다란 골목길과 언덕길로 이루어진 동네의 길을 걷고 있으면,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어려운 시절을 버텨낸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면서도, 뜨거운 눈물이 찔끔 흐를지도 모른다.
따뜻하면서도 특별한 설 연휴를 보내고 싶다면! 몸이 따뜻해지는 온돌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골목으로 떠나보세요!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거에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4년 02월 0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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