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숙박은 꽤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숙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고택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만하다. 고택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고 잠자리를 해결하니 말이다. 화려하거나 편리하진 않아도 머무는 것 자체에서 가장 한국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 세상 시름이 파고들 틈이 없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고택은 언제나 새로우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고즈넉한 쉼을 만끽하다
고집스럽다는 것은 부정적일 때 많이 쓰인다. 하지만 옛것에 대한 평가로서의 고집스러움은 어쩐지 자랑스럽게 들릴 때가 많다. 전통과 세월을 그만큼 인정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 면에서 고택은 고집스러울수록 집의 그윽한 정취가 널리 퍼진다.
충남 홍성 조응식 가옥 뒤편에는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서있다.
고택이나 한옥이라고 하면 우리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하지만 막상 머물기엔 어쩐지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뜻한 물은 나올까, 화장실이 더럽지는 않을까, 무료 인터넷 사용은 가능한가 등 지극히 현대식으로 바라보는 고택은 배려가 없는 옛날집에 불과할 것. 하지만 고택이 주는 고즈넉함은 도심에서 느끼기 힘든 새로움이다. 스마트폰, 인터넷, 각종 매체에서 벗어나 최대한 한국적인 쉼을 누려보는 것 자체가 바로 새로움의 시작이다. 늘 넘쳐나는 정보를 고르며 세상 돌아가는 시간에 오감을 세우며 기운을 뺐다면 이제는 좀 더 편하게 하루를 보내자는 것이다.
오감으로 즐기는 한옥
경북 안동 두릉구택 마당 곁에 장독대가 정겹다.
창호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에 눈을 뜨고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도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대청은 현대 문물이 들어올 틈이 없게 만든다. 새소리에 절로 눈이 떠지고 아궁이에서 군불을 떼는 냄새에 그리운 이를 떠올리게 된다.
너른 마당과 쪽마루 밑에 놓인 땔감은 우리네 할머니 집을 닮았다. 삐거덕거리며 열리는 문이며 장이 익어가는 냄새며 목화솜 넣어 두툼한 이불까지 지금의 살림집과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이런 다름이 낯설지만은 않다.
전국의 수많은 고택중에서도 숙박이 가능한 곳이 더러 있다.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듯 정갈하게 마당과 마루, 사랑채를 내놓으면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오래된 고택을 메운다. 회화나무와 어우러진 마당의 풍경이며 야트막한 담장 사이로 밥 짓는 냄새 가득한 경상북도 안동시 두릉고택, 양소당이 그중 하나다. 마음껏 떠들고 놀던 아이들도 창호지 사이로 눈을 가까이 대며 옛집을 오감으로 느껴본다. 대청에 누워 서까래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윤기 반지르르 흐르는 마루를 손등으로 쓸어보기도 한다.
밤이 일찍 찾아오는 것도 고택의 매력을 더해주는 중요 요소다. 옅은 빛을 발하는 가로등이나 청사초롱만이 시야를 확보하는 데 유일한 수단이다. 다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도심의 네온사인을 대신한다. 아궁이에 숨겨놓은 고구마를 꺼내어 쪽마루에 앉아 먹는 것도 고택에서 머물렀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혜 중 하나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고택
고택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익숙함에 사랑채, 안방, 건너방, 문간방등의 이름들이 붙어 새롭다. 한옥의 소박함처럼 고택에서 묵는 하룻밤도 참 소박하다. 오래된 함, 서랍장, 낡은 책상과 침구가 전부이지만 오히려 검소한 모습에 마음이 간다.
경북 안동 양소당, 신구의 조화가 다채로운 실내.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우리의 주거공간 한옥,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집 안에 흐르는 이야기나 세월로 제각기 다른 멋을 뽐내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수고스러움으로 하루를 보내면 고택의 고집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다. 전통을 고집하는 밉지 않은 마음이 고택에 머무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고택의 숙박을 비로소 하나의 여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편의시설이 조금 없으면 어떤가, 편의시설을 대신해 줄 그 무언가가 고택에는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은 고택에 머무는 이들의 몫이다.
전국 각지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며 매무새를 단정하는 고택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떠나볼까요?
글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1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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