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는 본래 함경도 지역의 특산물이었다. 단순히 명태를 말리는 일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했다. 이처럼 보통 바싹 말리는 명태를 가리켜 북어라 한다. 그러나 함경도 지역에서 말린 명태는 조금 달랐다. 납작하게 마르는 북어와는 달리 명태의 살이 두툼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노랗게 변하는 식이었다. 한겨울 낮과 밤의 온도 차에 의해 만들어진 독특한 북어인 셈인데, ‘살이 노랗다’고 해서 황태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원도 지역에 황태 덕장이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의 일이다. 함경도 원산 지역 출신들이 모여 황태를 재현하면서부터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위치한 용대리 일대는 원산 지역의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황태덕장 마을, 황태마을 용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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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위치한 황태마을은 진부령과 미시령으로 갈라지는 46번 국도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깊은 산골에 있어 겨울이면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황태의 유래에 관해서는 정확한 연도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용대리 일대의 덕장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본다. 용대리와 함께 황태덕장으로 이름이 난 대관령 덕장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늦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마을에 처음 명태가 걸리게 된 것은 1960년경의 일이다. 한국전쟁으로 피란을 내려온 함경도 원산 출신의 어느 실향민이 고향의 날씨와 가장 비슷한 곳을 찾던 중 이 마을을 발견했다. 황태는 거는 즉시 얼어야만 수분과 함께 양분이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밤 평균 기온이 두 달 이상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이 필요했다. 내설악에 위치해 추위가 심한 진부령 일대는 황태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현재 용대리 확태 덕장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그 규모가 크고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마을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매년 황태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황태홍보관과 쇼핑타운 등 황태촌을 조성하고 황토방 형태의 민박집을 운영하는 등 보다 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황태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꾸덕꾸덕 말린 황태의 고소한 맛
황태는 겨울철 매서운 추위와 낮 동안의 따스한 햇볕 속에서 만들어진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겨우내 서서히 건조된다. 이렇게 얼다 녹기를 서너 달 반복하면 비로소 속살이 노란 황태가 된다. 이 때문에 덕장에서는 12월부터 4월까지 일이 이어진다. 12월에는 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본격적으로 황태를 말리기 시작하는 것은 1월부터다. 이후 3개월 동안은 수없이 얼고 녹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황태는 건조했음에도 물에 불린 것처럼 살이 포동포동하다. 살은 노랗거나 약간 붉은 색을 띠며 구수한 향을 낸다. 황태는 육질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하며 노폐물 제거, 숙취 해소, 가스 중독 해독, 간장 해독 등에 특히 효과적이다.
황태 중 가장 좋은 것은 잘 얼었다 말라 통통하면서 몸체가 타원형을 그리는 것이다. 한편 잘못 건조된 황태에도 고유한 명칭이 붙는다. 날이 추워서 하얗게 된 것은 백태, 반대로 날이 따뜻해서 검게 된 것은 먹태, 몸통이 잘려나간 것은 파태, 머리가 잘린 것은 무두태라고 한다. 황태마을에서 판매되는 황태의 품질은 잘 말린 황태 중에서도 뛰어난 것들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변에 황태를 이용한 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즐비하므로 황태의 맛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황태는 겨우내 수없이 얼고 녹기를 반복해 살이 노릇하게 변한 명태인데요. 다른 건 수산물과 달리 통통하고 맛이 구수해 겨울철 별미로 인기랍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1월 1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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