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돌 자갈을 넘어가며 내는 낙동강물소리, 묵은 낙엽 층층이 쌓인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자연을 벗 삼은 최고의 치유장이 이런 곳이다. 숲을 가로지르고 낙동강을 옆에 낀 안동의 트레킹 코스가 치유열풍을 타고 인기다. 안동호반 나들이 길을 비롯해 선성현 길과 퇴계 예던길, 왕모산성길, 유교문화길 등이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군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선성현길』
『선성현 길』은 안동선비순례길(91.3㎞) 9개 코스 중 첫 번째 코스다. 오천 군자마을을 출발해 보광사∼도산 서부리∼선성수상 길을 거쳐 월천서당까지 13.1㎞에 걸쳐 개설됐다. 관광객들은 주로 도산 서부에서 월천서당까지 5.4㎞ 구간을 애용하고 있다. 이 코스는 다양한 볼거리도 품고 있다. 예술과 끼가 있는 도산 서부리에서 알록달록 트릭아트 벽화와 미술품, 선성현 문화단지, 낙동강 물 위를 가로지른 1.2㎞ 거리의 선성수상길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코스 전체가 발아래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고 데크 숲길이 설치돼 있어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퇴계가 청량산을 향해 걷던 그림 같은『퇴계예던길』
퇴계예던길은 도산 단천교에서 청량산 조망대, 건지산, 농암종택을 거쳐 청량산 축융봉까지 이어지는 11.9㎞ 코스다. 트레킹은 주로 단천교에서 농암종택까지 7.2㎞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코스는 퇴계 선생이 청량산을 향해 걷던 사색의 길이다. 퇴계선생을 따르던 수많은 선비들도 이 길을 따랐고, 청량산 유람기를 남긴 선비도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영남 선비들 마음의 수행길이라 할 수 있다. 퇴계시집에 소개된 미천장담과 경암, 한속담, 월명담, 일동, 고산 등 퇴계의 혼을 느낄 수 있다. 단천교를 출발해 농암종택을 거쳐 고산정에 이른 후 낙동강 건너 농암종택 맞은 편 수변을 따라 개설된 왕모산성 길을 따라 단천교까지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거리는 총 14㎞에 이른다. 맞은 편에 개설된 코스도 낙동강과 농암종택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맹개마을 등이 자리하고 있어 맘껏 트레킹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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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쪽에서 흐르는 낙동강 상류는 내살미와 백운지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고 왕모산성을 휘돌아 나가며 하회마을 못지않은 절경을 연출한다. 왕모산성길은 도산 원천교를 출발해 칼선대와 단천교, 백운지, 고산정까지 이어지는 11.9㎞ 코스다. 깎아지른 절벽 위 칼선대는 이육사가 ‘절정’이란 시상을 떠올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 초입 칼선대에서 내려다 본 단천 물돌이마을은 사계절마다 색다른 색감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로 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왕모산 중턱을 따라 숲속 데크가 마련돼 있어 절경감상과 함께 솔향 짙은 오솔길을 만끽할 수 있다.
안동댐 보조호수를 끼고 한 바퀴 돌면서 걸을 수 있는『안동 호반나들이길』은 낙강물길공원과 안동댐 정상부까지 연결되면서 한층 길어졌다. 안동시가지와 접근성이 좋고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월영교와 낙강물길공원, 안동루 등이 포함돼 있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한국의 지베르니 정원이라 불리는 낙강물길공원 외에도 안동시가지까지 펼쳐진 낙동강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안동루도 맘을 탁 트이게 한다. 다만, 낙동강 좌안 호반나들이길은 국도대체우회 도로 건설공사로 인해 이용객 안전을 고려 5월초까지 통행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하회~병산 잇는 강 따라 문화 따라 사람의 길을 걷는「유교문화길」
병산서원에서 낙동강을 따라 하회마을을 잇는 4㎞ 유교문화길’은 옛날 병산서원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학문에 대한 고민을 덜어내고자 걷던 길이다.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로 오솔길과 숲길이 이어져 유유히 흐리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곳곳에 안도현 시인의 ‘낙동강’과‘허도령과 하회탈이야기’ 하회16경 등을 소개하는 팻말이 산책을 더욱 즐겁게 한다. 낙동강을 끼고 산비탈을 오르다 숨이 찰 쯤이면 정상부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육각 정자와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멀리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조망하며 잠시 쉬었다 발길을 재촉하면 2㎞ 남짓한 곳에 하회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육각 정자에서 하회마을로 내려가다 보면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는 하회마을과는 색다른 느낌의 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진다.
걷기만 해도 행복한 계절, 봄! 힐링이 필요하다면 봄의 저편을 향해 가벼운 트레킹 여행 어때요? 산책길, 숲길, 수상길...최고의 힐링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안동 명품길을 소개합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이수민 취재기자
발행2022년 04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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