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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종로’를 노래하다


대중가요가 클래식이나 재즈 등 소수의 마니아층에 사랑받는 음악과 달리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교적 공감하기 쉬운 노랫말 때문이다. 희미한 유년시절의 기억, 누구나 겪음직한 사랑과 이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노랫말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다. 그중에서도 구체적인 지명이나 장소가 등장하는 노래는 더욱 공감을 얻기 쉽다. 그 배경에 시대적 의미가 있든, 개인의 추억이 담겼든 상관없다. 구체적인 지명이 들어감으로써 곡은 한 발짝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지명 중엔 유난히 서울이 많다. 정확한 수를 추산할 순 없지만, 가요계에서는 서울의 지명이 들어가는 곡이 적어도 천 곡 이상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개중에는 서울을 통째로 노래한 곡도 있고, 서울에 있는 구체적인 지역을 노래한 곡도 있다. 서울의 지명이 들어간 곡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곡들이 있는데, 바로 ‘종로’의 지명이 들어간 노래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혜화동'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 동물원 <혜화동>(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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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입구에 다양한 연극 포스터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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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문은 조선 태조 때 세워진 사소문 중 하나다.

‘혜화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던 포크 그룹 동물원의 2집 앨범에 실려 있는 곡이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내일이면 멀리 떠난다고,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에서 만나자 하는 노랫말이 사뭇 아릿하게 다가온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소중한 추억을 다시 꺼내는 과정이 서정적인 아코디언 멜로디를 타고 가슴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이화동 사거리에서 혜화동 로터리까지 이어지는 대학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다. 대학로에는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문예진흥원, 문예회관 등 예술기관과 소극장, 화랑 등 각종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다. 우리나라 연극 공연의 중심지이며, 연중 크고 작은 연극이 상연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한편, 대학로부터 혜화문까지 이어지는 서울성곽 길은 성곽을 따라 사색을 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약 2km 남짓한 거리로 길지 않다. 혜화문은 조선 태조 때 서울성곽을 축조하며 함께 세워진 문이다. 서울성곽에는 사대문과 사소문이 있었는데, 혜화문은 소문 가운데 동문과 북문 사이에 위치한 문이었다. 이 때문에 ‘동소문’이라고도 불렸으며, 이후 ‘홍화문’으로도 불렸다가 1511년에 혜화문이 되었다.

 

그림 꽃 흐드러지게 핀 '이화동'

우리 두 손 마주 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 에피톤 프로젝트 <이화동>(2010)

 

이화동 벽화골목은 꽃 그림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 속 화자는 이화동 골목길을 함께 걸었던 연인에 대해서 노래한다. 좁은 골목도 벽에 그려진 그림도 모두 그대로인데 손잡고 걸었던 그대만 없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학로 뒤편에 위치한 달동네에 지나지 않았던 이화동은 이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의 대표 명소가 됐다. 여기에는 좁은 골목 구석구석 그려진 감성적인 벽화가 한몫을 했다.
 
본래 이화동은 동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종 의류, 침구류, 커튼 등이 만들어지던 곳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기술이 발달하며 봉제 일이 전과 같지 않아졌고, 일거리를 잃은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동네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을의 곳곳에 빈집이 생겨났고, 이화동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중 ‘낙산 공공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예술가 60여 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 그림으로 마을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화동을 찾을 때는 혜화동의 대학로에서 출발해 벽화 마을을 거쳐 낙산공원까지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코스로 가면 사진 속에 익히 봐왔던 유명한 벽화들을 거의 볼 수 있다. 굴다리를 돌아 오르면 꽃 그림 계단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벽화 골목이 시작된다. 벽화는 초창기보다 많이 색이 바랬으나 여전히 그대로다. 예전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왔던 날개 벽화만이 사라졌다. 여느 벽화 마을이 그렇듯 이화동 벽화 마을의 길도 꽤 가파르기 때문에 편한 차림을 추천한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인 만큼 조용히 관람하기 바란다.

 

새로운 바람이 부는 '삼청동'

때론 쉴 곳을 잃어가도 넘어질 듯이 지쳐가도
아무 말 없이 걸어가리 그대 있는 곳으로
- 루시드폴 <삼청동>(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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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길은 녹음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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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는 감각적인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루시드폴이 ‘삼청동’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만 해도, 삼청동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닌 거리였다. 소규모 공방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찬찬히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낮게 읊조리는 루시드폴의 목소리가 그때의 삼청동 모습과 꼭 닮았다. 그러나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삼청동의 분위기도 제법 많이 바뀌었다.
 
전에 비하면 조금 더 활기찬 느낌이다. 새롭게 뷰티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가 들어오는가 하면, 생활용품, 이색 소품을 파는 가게와 카페도 많이 늘었다.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혹자는 오래전 삼청동의 모습이 그립고 아쉽다 말하지만, 옛 정취를 간직한 채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삼청동은 여전히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소격동'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 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 서태지 <소격동>(2014)


2014년 10월, 가수 서태지가 5년 만에 발표해 화제가 됐던 ‘소격동’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종로구에 실제로 존재하는 동네다.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한 소격동은 위로는 팔판동, 아래로는 사간동과 접하고, 오른쪽으로는 정독도서관이 있는 화동과 이웃한다. 행정적으로 삼청동 일부로 관리되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이 삼청동으로 알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엄연히 이름이 다르다. 서태지는 이 곡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소격동에 대한 추억과 군사정권 시절의 사회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격동은 1980년대부터 오랫동안 군사시설인 국군기무사가 들어서 있던 곳이다. 당시 군사정권이 정신교육을 명목으로 학생들을 강제징집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여섯 명이 의문사한 이른바 ‘소격동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2008년 기무사가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왔다. 소격동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외에도 아라리오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등 다양한 아트센터와 화랑이 자리 잡고 있다. 군부독재 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소격동은 그렇게 예술이 흐르는 동네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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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는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아 노래 가사에 더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골목길 거닐며 옛 추억도 떠올리고, 노래를 들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죠?

트래블투데이 최고은 취재기자

발행2017년 06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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