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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어 즐거운 골목걷기


스토리텔링을 통해 매력을 고도화시키려는 오랜 시도가 여행지에까지 이르렀다.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지역 스토리텔링 요소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여행 길잡이 책자 등을 내어놓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때문에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거대한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기념비적 여행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나, 골목의 스토리텔링은 조금 다르다. 골목의 이야기에는 역사와 문화의 거대한 흐름에서 아주 조금 비껴난, 그래서 더 정겹고 소박한 것들이 담긴다. 이를테면 한 시대를 풍미한 연예인이나 가난했던 세대에 대한 회자, 소소한 추억들이 담긴 벽돌담과 같은 것들이 말이다.

                    
                

역사와 함께하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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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궁길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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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포 역사문화거리에는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이 잠들어 있다. 

경기 수원시의 화성행궁을 돌아볼 생각이라면 ‘아름다운 행궁길’에 들르는 것을 잊지 말자. 아름다운 행궁길은 화성행궁에서 팔달문까지를 걸을 수 있는 길인데, 단순한 길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그 모양새가 아름답다. 간판 하나, 보도블럭 하나마저 전통의 미가 살아 숨 쉬도록 아름답게 정비된 이 길에서는 도자와 공예체험 등을 해 볼 수 있는 공방과 골목에 숨은 자그마한 갤러리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지난겨울에는 ‘아름다운 행궁길 빛 축제’가 열려 행궁길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차기도 했었다. 

경상북도 포항시에는 포항의 명물,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거리 전체가 개화기의 모습으로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룡포는 일제강점기에 구룡포항을 축항하며 수많은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다른 지역들이 일제의 잔재를 허물어가는 가운데 포항시는 구룡포 일대의 일본가옥들을 정비하여 산 교육의 장으로 삼았다. 우리말과 일본어로 적인 간판들과 플랜카드가 공존하는 구룡포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동시에 일본의 시골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곳이다. 

 

문화를 담고 있는 골목길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추억에 젖기에 제격인 곳이다.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일대에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라는 이색 골목이 있다. 음유시인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모티브로 조성된 이 길의 주된 테마는 바로 낭만과 추억. 살아 숨 쉴 것만 같은 김광석의 벽화들은 그의 노래가 흐르던 80년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350여 미터의 길을 걷는 동안 저마다의 추억이 머릿속에 가득해지니, 이야기가 있는 골목으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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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골목의 심우장은 고즈넉한 멋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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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축지마을은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성북구의 성북동 골목 또한 문화가 가득 담긴 골목이다. 오래된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성북동은 출사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성북동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냈던 가옥인 심우장이다. 아담하고도 운치 있는 기와집인 심우장은 서울특별시가 소개한 ‘도심 속 사색의 공간’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빈 집을 꾸며 만든 북정 미술관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이 작은 미술관에서는 ‘성북동 옛날 사진전’과 같은 소박한 전시들이 열린다.

부산광역시 동구에는 영화 <친구>와 <아저씨>, <마더>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매축지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바다를 매립하며 생겨난 이 마을은 말과 마차들이 드나드는 터미널의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의 일. 기찻길로 둘러싸인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이 마을은 개발의 범위를 비껴났다. 마을이 거쳐 온 역사를 그대로 담은 듯 고요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들은 골목들을 스쳐갔던 영화의 추억과 함께 사색에 잠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되어 줄 것이다. 

 

낡은 골목에 새 이야기를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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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골담길의 아름다운 벽화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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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숱한 드라마들의 촬영지였던 수암골은 아름다운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항 수변공원부터 등대까지 이어지는 논골담길은 등대오름길이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불린다. 논골담길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원더우먼 복장을 한 채 배를 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별이 촘촘히 박힌 분홍색 옷과 질끈 묶은 빨간 스카프가 매력적인 이 할머니의 앞에는 회 한 접시를 올린 술상이 차려져 있어 웃음을 더한다. 할머니의 장롱 속에나 있을 법한 꽃무늬 날개를 가진 나비, 오줌을 참느라 사색이 된 꼬마. 이 따뜻한 모습들은 논골담길의 벽에서 다시 태어난 묵호항의 옛 풍경들이다. 벽화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니, 골목을 돌아가다 보면 그림 속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충청북도 청주시에는 수암골이 있다. 본래 피난민들의 정착지였던 이 마을은 2007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으로 수많은 벽화들이 그려지며 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의 수암골은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의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제빵명장 가운데 한 사람인 임헌양 명장의 제과점인 팔봉제과점 또한 수암골에 위치해 있으니, 수암골의 골목들을 걷는 것은 청주시 여행에 특별한 추억을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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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자신에게 꼭 맞는 여행지를 찾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무작정 찾아가는 여행지도 좋지만, 마음과 생각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트래블피플 여러분은 어떤 골목을 걸으며 어떤 생각에 잠기고 싶으신가요?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2년 03월 15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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