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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아름다워라, 하우현 성당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아름다움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지만, 아주 크게 분류를 두자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첫째, 보는 아름다움. 웅장한 자연의 아름다움, 화려한 건축물의 아름다움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겠다. 그리고 둘째, 느끼는 아름다움. 트래블피플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더욱 아름답게 느낄 수 있을 풍경. 하우현 성당은 두 번째 아름다움에 속한다. 이 작고 작은 성당, 작아서 더욱 아름답고 소박해서 더욱 아름답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성당, 하우현 성당으로 트래블피플을 초대한다. 

                    
                

하우현, 신자들을 품다

  • 천주교 성지가 된 지금도, 하우현 성당은 아담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천주교 성지가 된 지금도, 하우현 성당은 아담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우현은 광교산맥과 청계산 사잇자락의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땅. 이 하우현에는 이명(異名)이 두 개 더 있는데, 하나는 ‘원터’, 다른 하나는 ‘토굴이’다. 원터라는 이름이야 이곳에 옛날 동양원이라는 역원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토굴이란 이름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그 이름에서 상상해 볼 수 있듯, 이곳에는 토굴이 있었다. 

하우현에 토굴인 있던 때는 1800년대 말, 천주교의 박해가 절정에 달해있을 때였다. 천주교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하우현 골짜기로 숨어들었고, 광교산맥과 청계산의 산세가 이들을 지켜주기에 충분치 않았으니 흙을 파내어 거처를 마련했다. 이들이 땅속에 숨어 살게 된 지 몇 해가 지났을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자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기에 이르렀으니, 뮈텔 신부 등이 은밀하게 하우현 땅을 방문하며 포교 활동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조선과 프랑스가 맺은 우호 통상 조약. 이 조약으로 하여금 프랑스 선교사들의 포교가 자유로워졌다.)이 체결되었으니, 하우현 또한 이때부터 공소 강당의 건립을 계획하게 된다.

 

햇살 아래 새 집이 서다

땅속에 숨어 살던 신자들은 햇살 속으로 나왔으나, 신자의 수가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우현은 소규모의 종교 공동체와 같았다. 신자들은 서로의 집을 순회하며 공소 예절을 행하였고, 이에 알릭스(Alix) 신부가 강당을 건립할 것을 추진하였으니 이 신부와 신자들이 모금하여 지은 것은 짚과 목재로 지은 아담한 건물이었다.

  • 전통 양식인듯, 서양식인듯. 위태로운 조화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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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제관 앞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볼리외 신부와 김영근 베드로 신부의 동상과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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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양식인 듯, 서양식인 듯. 위태로운 조화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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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관 앞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볼리외 신부와 김영근 베드로 신부의 동상과 기념비.

1900년, 드디어 익히 알려진 건축물인 하우현성당 사제관이 건립된다. 하우현성당의 사제관은 ‘성당’의 건축물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다. 우리나라와 서양의 건축양식을 절충하여 지은 것이니, 기와지붕 아래 돌로 쌓아올린 집이 있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한 돌무지 위에 꽃 잔디가 자라고 있다. 그 옛날, 신앙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았던 푸른 눈의 신부와 토굴 속의 신자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러했을까. 어우러진 듯, 어우러져 있지 않은 듯 묘한 그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다. 

사제관 앞에는 볼리외 신부(Saint Louis Beaulieu)와 김영근 베드로 신부의 기념비가 서 있다. 볼리외 신부는 병인박해 때 청계산의 동굴에서 포교 활동을 펼치다 순교한 인물, 김영근 베드로 신부는 지금의 성당 건물을 신축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다.(지금의 본당이 바로 앞서 소개한 1,500냥을 모금하여 지었던 목조건물 자리에 김영근 베드로 신부가 신축한 건물이다.) 두 인물 모두 하우현성당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나, 하우현성당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기단이 높지 않은 동상과 대리석 기념비 뿐. 이 자리에 ‘우러러보아야 할 만큼’ 화려한 기념물이 서 있었다면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지금과 같았을까. 

하우현성당의 현 신자들은 200여 명. 성지로 구분되기까지 하는 이곳을 찾는 이들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게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의 미사 또한 속삭임처럼 고요하여 더욱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 두자. 마음으로 전해지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곳, 그곳이 바로 하우현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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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현성당 사제관은 경기도 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데요, 맑은 웃음 가득했을 신부들과 신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트래블투데이 이승혜 취재기자

발행2015년 12월 2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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